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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죽음'은 인간의 마지막 복지

‘연명의료결정제도(존엄사제도)’가 지난 4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호전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말기 암환자나 임종 단계에 있는 환자들이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생긴 것이다. 연명법은 우리 사회가 존엄사,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기 바라는 임종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 및 유보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명을 인위적으로 끝내는 ‘안락사(安樂死)’와는 다른 개념이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의학적인 판단 아래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 생명 유지만을 위한 의료 행위를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절차다.





반대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존엄사 인정은 시대적 흐름이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이 이른바 ‘김 할머니 사건’에서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인정한 첫 판결을 내린 데 이어 2013년 국가생명윤리심의위가 제도화를 권고한 점을 고려하면 늦은 감이 있다.





‘존엄사’는 영국·네덜란드·대만·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는 2002년부터 안락사까지 허용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존엄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 89%가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반대했다. 한국인은 생의 마지막 10년 중 절반을 질병으로 앓다가 세상을 떠난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죽음의 질’은 나쁜 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연구소가 2015년 40개국을 대상으로 한 ‘죽음의 질’ 조사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인 32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한 해 전체 사망자의 20%가 심폐소생술이나 항암제 투여 등으로 고통을 겪으며 죽음에 이르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지난 3개월간 시범 운영 과정에서 60여명의 임종기 환자와 8천여명의 일반인이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매달리기보다는 존엄사를 선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합법적 존엄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기기에 의한 수명 연장보다는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는 웰다잉을 추구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현재 마련된 연명법으로는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있어 여러 가지 충돌이 예상된다. 가족 간의 의견 불일치, 의사의 책임문제, 무연고자 등의 문제로 갈등의 소지가 많다. 복지국가라면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 못지않게 죽음의 질을 높이는 데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품위 있는 죽음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마지막 복지다. 연명법은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법안이므로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다양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수렴과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하고, 세부적인 제도 보완을 통해 좀 더 완전한 연명법이 만들어져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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