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아직 멀었는가.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각 공공기관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정부 방침에 따라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자니 헤쳐 나가야 할 일이 한두 가지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천문학적인 비용문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국내 332개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모두 11만8763명이다. 이들이 정규직으로 바뀌면 막대한 추가 인건비가 소요된다. 하지만 332개 공공기관의 3분의 2가 넘는 231곳이 적자상태다. 자체적으로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결국 세금으로 메워주거나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요금 인상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 비용부담은 모두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얘기다.
전북도를 비롯한 도내 자치단체 대다수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진통을 겪고 있다. 재정상황이 열악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라 오르는 임금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군산·익산시, 완주군 등 4곳을 제외하면 자체수입만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제시의 경우 정규직 전환대상 규모를 공식 결정한 상황이지만 인건비 문제로 대상인원에 대한 부서발령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 전환 규모를 정한 정읍시도 마찬가지다.
비용 문제 외에도 이해 당사자 간 갈등 구도를 어떻게 푸느냐도 관건이다. 공공부문 정규직들은 어려운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니 형평에 어긋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비정규직 1만여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꾸기로 한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노조가 공개적으로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과 함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힌 최초의 공공기관이다. 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11월 성명서를 내고 “공공기관 채용은 합당한 절차의 공개경쟁 채용이 돼야 한다”며 “정규직 전환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들어간 공기업 일자리를 협력업체 비정규직에게 무조건 승계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평등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9월에는 교육부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계획이 교사 지망생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되고 ‘희망고문’ 후유증만 남겼다.
비정규직 양산이 사회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건 분명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업장마다 경영여건이나 직종별 업무특성은 천차만별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면 이런 갈등이 다른 곳에서도 봇물처럼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 문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직무별·업종별 실현 가능성과 부작용 등을 꼼꼼히 따져가며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