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하면서 저울을 속이면 삼대가 빌어먹는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먹는 것에 대한 신성함과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에 대한 가치를 소중히 여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사회는 먹는 것을 갖고 눈속임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설 명절이 다가오자 차례 상에 올릴 식재료 선택에 주부들은 늘 제 값을 주고 샀는지, 정말 눈속임 없는 재료들을 샀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먹거리 안전 문제로 국민들은 항상 불안하다.
지난해 여름 전국을 강타했던 ‘살충제 계란’ 사태는 구멍이 숭숭 뚫린 농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친환경 인증 농가의 계란마저 살충제로 범벅돼 있었고 ‘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HACCP)’도 믿지 못하게 됐다. 친환경 농장이 일반 농장보다 살충제 계란이 더 많았으니 일반 계란보다 2배 가량 더 주고 친환경 계란을 사온 소비자들은 기가 막힐 노릇일 수밖에 없었다.
축산업계 대목인 설 명절을 앞두고 병든 소를 버젓이 도축·유통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경찰청은 지난 8일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도축업자 등 2명을 구속하고 불법 도축한 소를 정육점과 음식점에 납품한 유통업자 1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병든 소 10마리를 헐값에 매입해 완주군 고산면의 한 농장에서 몰래 도축한 뒤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축산업 종사자인 이들은 병든 소를 1마리당 30만~60만원에 사들인 뒤 정상 고기와 섞어 정육점이나 음식점 등에 납품했다. 정상 한우는 통상 1마리당 600만~80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소를 도축하려면 허가받은 시설에서 브루셀라·구제역 등 질병과 거동상태, 호흡 등을 확인하는 생체검사를 거쳐야 한다. 도축장에서 24시간 동안 지켜본 뒤 도축검사관의 합격 판정을 받은 소만이 도축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주저앉은 소’는 원칙적으로 도축과 유통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농장 한쪽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송아지 출산 중 주저앉거나 폐렴 등 질병에 걸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소를 사들여 도축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과 도축·가공·유통 등 단계별로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축산물이력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축산물이력제는 소의 출생에서부터 도축·포장처리·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기록·관리해 위생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이력을 추적해 신속하게 대처하기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축산업자와 유통책, 소매점 주인 등 단계별 관계자 모두가 범행을 공모하자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하는 자들은 중형에 처해야 한다. 한 번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들도록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식품범죄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시민의 자발적 신고와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식품업계 업주들이 ‘내 자식에게도 먹일 수 있는 식품을 만들겠다’는 윤리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도 식품으로 장난을 치는 것은 잠재적 살인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육류 구입 시 생산이력제를 꼭 확인하는 등 자신의 식탁안전은 스스로 챙기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