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첫 장에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悅乎)’라는 말이 나온다. ‘배우고 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이는 배움의 즐거움을 나타내는 동시에 배움에는 때가 따로 없고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배움 앞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매년 입학이나 졸업시즌이 되면 화제 거리들이 많다. 그 가운데에서도 만학(晩學)도들의 사연은 언제 들어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85세 나이로 수능 시험에 응시한 한 할머니가 화제의 대상이었다. 그는 학령기에 식민 시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그는 과거 딸이 있는 독일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해 고생한 것이 서러움으로 남아 영어를 배우려고 다시 연필을 쥐었다. 손자 벌인 대학생과 어울려 캠퍼스 생활을 하는 게 작은 소망이라고 했다.
지난 4일에는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올해로 18회째이다. 이날 중학교 23명, 고등학교 33명 등 총 56명이 영광의 졸업장을 받았다. 최연소 졸업생(고3·40)부터 80세의 최고령자 졸업생(고3)까지 배움으로 하나 돼 결실을 거뒀다. 전북도립여중고는 도내 만 19세 이상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 학력 인정 중·고등학교다. 이번 졸업식까지 총 1320명(중 689명, 고 63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배움에 한이 맺혀 죽을 때까지 책과 함께하고 싶다는 송기복(85) 할아버지는 이달 말 전주대 신학과 석사과정을 수석 졸업하는 만학도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송 할아버지는 어릴 적 월사금이 없어 품팔이해 간신히 초등과정을 마쳤다. 배움의 열망은 높았지만, 실질적인 가장의 무게를 감당해내느라 끊긴 학업을 이을 겨를이 없었다. 4남 2녀 중 장남인 그는 동생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동생들은 물론 자녀 1남 2녀가 모두 장성해 가정을 꾸려 이제 부모의 손이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배움의 꿈을 다시 펼쳤다.
지난 9일에는 80대 만학도가 한일장신대학교에서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썼다. NGO 학과 학사 학위를 받은 85세의 오점녀 할머니는 일흔을 훨씬 넘긴 2008년 전북도립여성중고교에 입학해 중·고교 과정을 마친 뒤 한일장신대에 입학했다. 오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4년간 결석 한번 없이 캠퍼스를 오갔다. 그는 타고난 성실함으로 4년 내내 80점 이상 성적을 거둬 장학금을 받았다.
배움엔 남녀노소나 빈부귀천이 따로 없는 법이다. 민간단체나 교육·행정당국은 명문대 입학생 수만 세면서 교육도시 건설 운운할 것이 아니다. 배움의 사각지대에서 시기를 놓치고 자포자기에 빠진 만학도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잃어버린 배움의 길을 터주는데 힘쓰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교육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평생학습도시’는 그러라고 붙여준 ‘면허증’이 아니겠는가. 아울러 지난 시절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됐으니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보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