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백해 그 심각성을 알리고 자신의 피해사실을 부끄러움 없이 이야기해도 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고자하는 운동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배우 애슐리 쥬드가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전적을 폭로하면서 시작했다. 미국의 수많은 배우들이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피해를 입은 사실을 고백했고,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Me Too’라고 글을 써 주변에 얼마나 피해자가 많은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자며 ‘#Me Too’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했다. 그 이후 미투캠페인은 영국ㆍ프랑스ㆍ스웨덴 등 유럽으로 확산됐다.
미투 운동이 전 세계로 퍼질 때도 우리나라는 잠잠했다. 남성 위주의 권위적인 마초문화가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영향이 컸던 탓이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더욱 침묵하게 만든 것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피해사실을 호소해도 피해자 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은 물론 오히려 2차 피해를 걱정해야 했다. 권력관계가 작용한 결과이므로 가해자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잘못을 지적했다가 돌아올 후폭풍은 인생을 걸어야 할 정도였다. 가해자들은 이를 교묘하게 악용해왔고 그런 관행이 죄의식조차 무감각해진 사회를 만들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민주당 전북 여성 지방의원들이 지난 12일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한 뒤 광역·기초 의회에서 벌어진 몇 가지 성희롱 사례를 소개했다.
전북도의회 한 여성 의원은 최근 남성의원으로부터 이 말을 듣고 강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하지만 동료애에 금이 가고 조례 발의 등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그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참았다고 한다. 국주영은 전북도의원은 “일부 남성의원이 악수하면서 (자신의)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을 살살 긁는 행위를 해 몹시 불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료 여성 의원이 당한 성희롱성 발언들을 열거했다. “등판이 넓다”며 신체 일부분을 비하하는가 하면 “예쁜 의원이 타준 커피가 더 맛있다”거나, “예쁘니 내 옆에 앉아라”고 하는 등 비뚤어진 남성 주의적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여성 의원들이 의원 전체 연수 프로그램에 성교육 관련 강의 등을 포함하려 하면 남성의원들이 굉장히 화를 내는 바람에 수차례 포기하기도 했다고 했다.
여성이 자신의 성희롱이나 폭력을 당한 경험을 자신의 이름으로 공개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성폭력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폭로를 위한 폭로가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더 많은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에 참여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