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IMF사태 이후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일반화된 경제용어 가운데 하나가 ‘공적 자금’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줄도산에 직면한 기업이나 은행 등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지원한 공적자금은 168조였다. 지금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인 돈이다. 당시 금융기관에 나랏돈을 통해 심폐소생을 시켜준 것은 정부였고, 그 자금의 원천은 공적자금, 즉 국민의 혈세였다.
지난 2008년 10월 정부가 국내 은행들이 진 외화 빚에 대해 1000억달러(당시 130조원) 한도로 지급보증을 섰다. 거기에 3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은행권에 추가 공급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위기가 터지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면서 국내 은행들이 달러가 모자가 부도 위기에 몰린 때였다. 당시 은행권이 지원한 공적자금 역시 당연히 국민의 세금이다. 공적자금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재정자금을 말한다. 말이 공적자금이지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할 돈이다.
요즘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군산을 비롯 인천, 창원, 보령 등 30만 한국GM 가족을 볼모로 국회와 정부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GM 본사가 한국GM의 경영난을 해소하겠다며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여의치 않으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협박성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GM은 4년간 2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부채비율도 3만%에 달해 대출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 GM 본사가 한국에 할당된 유럽 수출물량을 줄이면서 수출은 물론이거니와 내수도 휘청이고 있다. 여기다 노조는 경영실패의 책임이 전적으로 회사 측에 있다며 파업 등 강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본사와 한국GM 간의 이전가격이나 과도한 연구개발비용 등을 둘러싼 논란이다. GM 본사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려는 안이한 자세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GM 사태와 관련해 “언제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부실기업에 돈을 대주며 끌려다닐 것이냐”는 반대론과 “30만개의 일자리가 걸린 회사 문을 닫게 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맞붙고 있다. GM만 배 불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주장과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정부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대우조선 등 부실 조선업체 지원을 놓고 정부와 산은이 골머리를 앓았던 것과 판박이다.
속된 표현으로 ‘나랏돈은 공돈’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공적 자금은 절대 공돈이 아니다. 단순히 부실 경영주들이 토해낸 배설물을 청소하기 위해 아까운 돈을 써서는 안 된다. 공적자금 투입은 그에 따른 분명한 책임이 동반돼야 한다. 그런 장치가 없다면 국민의 돈으로 부실기업 등에 대해 일방적 지원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다른 말로 국민들을 수탈해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GM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치논리와 지역감정에 휘둘리면 국민 혈세는 또다시 ‘좀비기업’의 연명에 쓰이는 헛돈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