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한국GM의 현 상황을 정밀진단할 산업은행의 실사가 시작된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과 한국GM이 실사 합의서에 넣을 문구를 최종 조율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실사 결과로 한국GM의 실태를 판단한 뒤 GM 본사가 내놓는 경영정상화 방안 등을 보고 지원 여부 및 지원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군산공장 폐쇄라는 극약처방부터 꺼내든 GM을 상대로 정부가 한국GM 지원조건을 놓고 본격적인 수 싸움을 시작하는 셈이다.
정부는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와 채권자, 노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이라는 3대 원칙이 충족될 경우에 한 해 지원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산은은 지난 2016년 4월 한국GM의 최근 3개년 대규모 손실의 상세원인 등 경영실태 파악을 위해 경영진단컨설팅을 제안했지만 GM과 한국GM 측의 거부가 완강해 무산된 바 있다.
산은은 지난해 3월에도 회계법인과 함께 감사에 착수했지만, 한국GM 측의 비협조 등으로 사실상 감사가 불가능해 한 달여 만에 중단했다. 주주 간 계약서상 강제수단이나 제재조항이 없어 GM측의 협조 없이는 실효성 있는 감사를 기대하기가 곤란하고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게 산은 측 설명이다.
핵심은 한국GM에 정부가 어느 선까지 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지원을 요구하는 GM 본사의 압박에 맞서 정부와 산업은행이 얼마나 부실 규모와 원인을 정확히 파헤치고 자금투입 규모를 최소화해 혈세 부담을 줄이느냐에 협상의 성패가 달려 있다.
GM은 지난 수년간 한국GM으로부터 고금리 대출에 따른 이자와 연구개발비 등의 명목으로 수천억원의 이득을 챙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여기에 대한 정밀한 실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설령 지원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결국 얼마 후 부실을 되풀이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급적 한국GM의 완전 철수까지는 막아야겠으나 굴복해서는 곤란하다. GM의 진의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막연한 계획만으로 정부 지원(공적 지원)을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상대는 협상의 고수인 거대 글로벌 다국적기업이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과 손잡은 상태다. 고도의 전략과 논리로 무장할 것이 분명한 GM을 상대로 부처마다 제 목소리를 고집하며 엇박자를 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이낙연 총리가 최근 국정현안 조정회의에서 “GM에 대한 대처와 군산지역 경제 지원을 분리해서 처리할 수 있다”며 제시한 분리대응 방안에 주목하게 된다. 지역경제를 볼모로 삼은 GM의 협상 전략에 고분고분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정부 참여로 회사가 정상화된 이후의 ‘먹튀’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시적인 해결책에 매달리기보다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