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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지난해 미국의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에 대한 고발이 SNS 상에서 해시태그를 이용한 ‘미투(#MeToo)’ 붙이기로 나타났다. 유명 배우들이 연이어 참여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하나의 운동으로 되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우리 사회에 숨겨지고 덮어져 왔던 각종의 추문들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미투(나도 당했다)’ 폭로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지현 검사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문학계를 강타하고 연극계로 이어졌다. SNS에서 쏟아졌던 미투 운동은 급기야 가상공간 밖으로 나왔다. 문화예술계에 이어 종교계까지 성역 없이 폭로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전역을 뒤흔드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미투 운동은 중·고등학교를 비롯한 대학가, 언론계, 스포츠계 등 우리사회 곳곳으로 번져 들불처럼 번져나갈 조짐이다. 지방선거가 본격 시작되면 정치권에도 미투 운동 바람이 불어 닥칠 것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태풍이 된 미투운동은 현재 왕성하게 전개되는 현재진행형이다. 죄의식도 없이 성추행을 저지른 수많은 남성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과거를 폭로할까 싶어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다.





유명 연극배우들의 성추행 폭로로 시작된 연극계 미투가 전북권으로도 확산했다. 12년 차 여배우 송원(31)씨는 지난 26일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년 전 겪었던 끔찍한 기억을 고발했다. 자신이 소속됐던 유명극단 ‘극단 명태’ 최경성(50) 전 대표의 성추행과 관련된 내용이다. 하나같이 조악하고 불경스럽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다.





지난 24일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앞마당에서는 페미니즘 활동모임 ‘언니들의 병원놀이’가 마련한 ‘#MeToo 필리버스터’ 운동이 열렸다. 이들은 평범한 여성들로부터 익명으로 제보 받은 피해 사례를 인쇄해 전시하고 일부 여성들이 피해 증언과 현상에 대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앞서 부안여고 졸업생들은 여고생 수 십 명을 성추행한 체육 교사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를 판결하자 들고 일어났다. 졸업생들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부안여고 체육 교사가 법정에 섰지만, 법원은 이 교사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많은 졸업생과 재학생이 나서 체육 교사 만행을 고발했는데도 결과는 허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SNS로 미투 운동을 벌였다”며 “수많은 학생이 용기를 냈지만 법원 판결로 이 운동이 단순 폭로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 여성의 상당수가 미투를 지지한다는 것은 다수 남성들의 성(性)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뜻이며, 잘못된 성인식과 문화를 속히 바꿔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폭로를 위한 폭로가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확인된 성폭력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유엔도 권고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등 법제 정비 없이는 미투의 온전한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법 제도의 개선에 그칠 게 아니라 여성·약자에 대한 성폭력을 묵인·조장하는 조직 문화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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