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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본부는 정부 들러리가 아니다

지난달 19일부터 시작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공개모집 마감 결과 총 16명의 지원자가 신청했다고 한다. 지원자들은 은행, 보험사, 집합투자업자, 투자일임업자 등 금융기관의 단위 부서장 이상 경력이 있고, 자산관리 또는 투자업무 분야에서 3년 이상 자산운용 경험을 한 사람들이다.





‘자본시장 대통령’으로도 불리며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현재까지 무려 8개월 째 공석으로 남아 있다. 지난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다.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 다수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하차한 경우는 많았지만 이처럼 오래 자리를 비워 두진 않았다. 길어야 2개월 안팎이었다.





시장에선 지난해 11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취임 이후 기금운용본부장 역시 단시일 내 인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연루 등에 따른 국민연금 불신, 정부 및 정치권의 입김, 운용 수익률 하락 시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유력인사들의 관심이 끊기면서 오랜 기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금은 자본시장 대통령은커녕 독이 든 성배로 위상이 추락했다. 최근의 장기 공석도 능력 있는 인물이 죄다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민연금기금은 약 620조원에 달한다. 지난 1988년 국민들의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지 올해로 3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일본 공적연금, 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에 이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평가된다. 당장 4년 뒤에는 적립금이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막대한 국민 노후기금 운용을 진두지휘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의 역할이 막중할 것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금운용본부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곤욕을 치렀다. 사법부는 권력과 정부가 기금운용본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마땅히 운용본부를 외부압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했어야 옳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8개월을 허송세월했다. 국민연금공단도 마찬가지다. 운용본부와 본부장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어떤 조치도 나오지 않았다.





국민연금 운용은 최상위기구로 기금운용위원회가 있다. 복지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장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기금운용위원회는 지금까지 복지부의 들러리에 가까웠다. 여기에 기획재정부와 감사원까지 더하면 기금운용본부 입장에서 그야말로 시어머니가 한 둘이 아닌 상황이다.





김성주 이사장은 취임 이후 ‘국민연금의 정치적 외압을 막는 바람막이 역할’을 강조해왔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선임에는 전문성 있는 인재를 등용해 독립성과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연기금대학원 설립을 골자로 한 전문가 양성과 제2기금관 설치는 이미 추진 중에 있다.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할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과정에서 과거처럼 정치적 입김이 작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국민 노후를 위해 일한다는 소명의식과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발해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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