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출마자들에게 선거구는 자신의 ‘밥그릇’과 같다. 자기의 밥그릇을 누군가 빼앗으려 한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6·13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을 둘러싸고 일부 지역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당연히 예견된 일이다. 선거구획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이해 당사자들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천당과 지옥으로 갈릴 수 있다. 때문에 선거 출마자들에게 선거구획정은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선거구획정은 선거 때마다 인구수 변동 등에 따른 인구 편차를 선거구별로 교통정리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선거구획정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반발은 있을 수밖에 없다. 입장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분분하고, 아전인수 격으로 한 발짝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을 고집하려 하기 때문이다.
의원 정수가 3명 줄어들 예정인 전주시 ‘병’ 지역 정치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전주시 병 시·도의원과 당원들은 “전북 시군의원 선거구획정 위원회가 전주 갑과 을 선거구는 각각 1명과 2명을 증원하는 대신 병 선거구 3명을 줄이기로 한 것은 명백한 절차상 하자”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인구수를 기준으로 해도 갑이 18만명, 을이 22만명, 병이 26만명인데도 (병지역의) 시의원을 3명이나 줄인 것이 과연 공정하고 객관성이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앞서 군산시의회도 군산시의회 의석수를 1명 줄이는 조정안을 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부안군의회도 획정안의 즉각적 철회와 함께 현행 의원정수 유지를 적극 요구하는 ‘시군의회 의원정수 및 선거구획정안 철회를 위한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며 확정안의 내용과 절차상 문제점과 결함을 비판했다. 현재 전북 4개 시군의회(군산·김제시, 부안·순창군)는 의원정수획정안이 시안대로 결정된 것에 대해 재심의를 요청한 상황이다.
선거구획정에 따른 반발은 이미 예견된 결과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본회의 산회 직후인 1일 새벽이 돼서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본회의에서 안건을 상정, 처리하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 시한은 지난해 12월 13일이었으니 그로부터 2개월 반이나 훌쩍 넘겼다. 그동안의 인구변동과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선거구 인구편차의 허용범위 등 때문에라도 선거법 개정은 불가피했다. 그리고 이를 논의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국회파행으로 허송세월하다가 제대로 된 논의는 하지도 못했고 예비후보 등록일도 넘겼다. 지방의원을 지역구의 친위조직으로 활용하는 국회의원들의 그릇된 정치행태에서 비롯된 적폐가 아닐 수 없다.
국회가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법을 어겨 혼란을 초래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에게 선거구획정 문제를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데는 이미 사회적으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학계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상설 선거구획정위를 둬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게 하자는 구체적 해법도 이미 나와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두고 4년마다 속 태우는 일은 더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