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호재와 악재는 연달아 겹쳐서 나타나는 법이라 했다. 군산이 꼭 그런 모습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심각한 불황에 빠진 상태에서 초대형 악재가 숨 돌릴 틈조차 없이 겹치면서 군산이 심각한 좌절과 절망감에 빠져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공장과 한국GM 군산공장은 군산을 넘어 전북경제의 근간이라 할 만큼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현대중공업이 군산공장을 가동 중단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군산경제의 한 축인 한국GM 군산공장마저 폐쇄가 결정됐다. 이로 인해 군산은 물론 전북경제가 완전히 초토화 될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중공업 사태 이어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 방침은 전북경제의 재앙이라 할만하다.
실제로 전북도 내 GM 군산공장 1·2차 협력업체 수는 군산 81곳, 익산 23곳, 김제 11곳, 완주 8곳, 전주 6곳, 정읍 5곳에 달한다. 완주의 경우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지만 익산과 김제 자동차 부품 제조업은 군산 못지않게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시가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신청했다. 고용위기지역은 기업의 도산,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자나 비자발적 이직자 수가 전년도 전체 고용자 수의 3%를 넘는 등 고용상황이 악화한 지역을 의미한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최소 1년간 일자리 사업 등에서 정부의 지원을 우선적으로 받는다.
정부는 지난 6일 군산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신설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군산시의 경우 고용위기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관련 규정을 고쳐서라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로 문턱을 낮췄다.
시는 지난 15일 전북도 노사민정협의회의 안건으로 ‘군산시 고용위기지역 심의’를 상정하고 만장일치로 안건을 의결했다. 군산이 고용위기지역이 되면 2009년 경기도 평택(쌍용차 법정관리)과 2014년 경남 통영(중소형 조선사 폐업)에 이어 세 번째 대상이 된다.
문제는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다고 과연 밑바닥까지 드러낸 군산 경제가 얼마나 되살아날까 하는 것이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당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평택시의 경우 정부의 지원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환경미화 같은 공공근로 참여 우선권을 주거나 대형면허 취득을 지원해주는 정도에 불과했다. 재 취업문이 막히자 실직자들은 공사장 일이나 자영업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곳곳에서 가족해체가 나타났다. 급기야 실직한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등 29명이 세상을 등지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의 고용위기지역 지정이 실직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지원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임시방편 일자리에 그쳤다는 것이 10년이 지난 지금 평택의 냉정한 평가다. 고용위기지역 지정이 유력한 군산이 실제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군산을 대상으로 한 고용위기지역 지정 요건 완화를 두고 군산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개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논리가 작동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한 결정이라면 결과는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뻔하다. 평택과 같은 방식의 지원이라면 군산 경제 회생은커녕 근로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