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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자

바야흐로 온 국민들의 관심이 개헌 정국에 쏠려 있다. ‘미투 운동’에다 MB사태까지 온 나라가 어수선한 판에 개헌이 또 하나의 핵 이슈가 되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22일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내용을 집약하면 국회와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통제·감사원의 독립기구화·헌법재판소장 임명권 삭제 등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축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로 개헌안 부칙에 명시해 4년 연임제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총리는 기존대로 대통령이 국회동의를 얻어 임명하되, 총리의 역할을 규정한 헌법 제86조 2항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는 구절 가운데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해 책임 총리로서 구현을 가능하게 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고,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는 비례성 원칙을 명시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 내용을 연 3일 나눠서 발표하고, 제1야당 대표는 국회 개헌 투표에 참여하는 자당 소속 국회의원을 제명시키겠다고 한다. 제1야당이 개헌이라는 엄중한 정치행위를 한낱 정쟁거리로 전락시키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개헌안 소개밖에 안 된다. 이쯤 되면 개헌안 내용을 놓고 벌이는 정치 이벤트 수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도 개헌 발의권을 갖고 있지만 헌법의 유래나 헌법의 취지에 따른다면 국회가 개헌을 주도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니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개헌안을 청와대가 이렇게 밀어붙이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을 반개혁적이라 공격하고, 지지세를 뭉치게 하는 갈라치기 선거 전략이란 오해를 받을 만하다. 이에 대응하는 제1야당 대표의 대응은 참으로 민망한 수준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개헌 투표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는 자당 국회의원을 제명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개헌안 자체를 내놓지 않은 채 합리적인 설명 없이 시기를 뒤로 미루자고만 주장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30년이 지났다. 이제는 시대변화에 따른 시민의 요구를 담아낼 필요가 있다. 국가 최고 법인 헌법 개정은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국회에서 각 정당의 합의로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야당은 물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마저 정부 주도의 개헌안 발의에 반대하고 있다.







집권 초 대통령이 앞장서 개헌 의지를 밝히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개헌은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침몰시키는 불랙홀이 아니라 소통과 국민 공감대 위에 연착륙을 한다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상의 성공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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