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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선거중립 구호로만 외치면 뭐하나

공무원의 철저한 정치적 중립 강조는 어제 오늘의 얘기만은 아니다. 공무원의 중립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역사를 통해서 증명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정원 댓글’ 파문은 주지하다시피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심리전단 직원들이 문재인 당시 후보를 비방하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정권 유지와 재창출에 정보기관이 동원되고 국기 문란 행위에 국민 세금이 사용된 것은 국가의 통치 시스템을 허무는 중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당시 청와대가 개입된 정황이 속속 밝혀졌다. 2011년 국정원이 작성한 ‘SNS 장악’ 문건도 청와대 지시로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총선·대선에서 여당 후보 지원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의 집요한 정치 개입은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잔재가 남아 있음을 방증하는 사건이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2항은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지난 2일 황숙주 순창군수와 공무원 10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됐다. 이들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SNS에 황 군수에 관한 홍보글을 게시하고 공유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을 고발한 주민은 “순창군 공무원들이 군수의 활동과 업적을 SNS에 지속적으로 게시했다”며 “황 군수 홍보글을 공유한 이들은 모두 순창지역 면장이나 계장 등으로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공무원들이다”고 밝혔다. 이어 “법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황 군수의 업적 등을 130여 차례에 걸쳐 공유하는 등 규정을 무시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매번 중요한 선거가 임박하면 각 공직기관마다 의례적으로 공무원의 선거 중립을 다짐하는 결의대회를 갖는다. 결의 내용에는 주로 ▲직위를 이용한 선거에 영향력 행사 금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 홍보 금지, ▲인터넷,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 관여 금지, ▲공직선거법 준수 철저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공직사회의 이 같은 선거중립 결의는 그야말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경우가 다반사다. 선거 때마다 알게 모르게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니 오죽하면 선거 때마다 그런 결의를 다지고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을까. 일부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은 성실하게 복무하는 대부분의 공직자 얼굴에 먹칠하는 행위다. 공무원의 줄서기는 선심성 인사, 아니면 보복성 인사를 낳는다는 점에서 지방행정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온다. 건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선거 개입 금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공직사회의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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