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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는 ‘공공사회의 적’이다

허위 교통사고를 접수해 수억원의 보험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4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심모(45)씨를 구속하고, 일당 4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7개월여 동안 무려 74차례나 사고를 낸 것처럼 허위로 꾸민 뒤 1건당 100만~200만원씩 약 5억 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정체가 들통 나기 전까지 실제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단 1건도 없었다. 발생하지도 않은 교통사고를 보험회사에 전화로 접수한 뒤 보험금을 챙겼다. 이들은 보험사가 고객 편의를 위해 경미 사고에 대해서는 현장 확인 같은 면밀한 조사를 하지 않는 점을 노렸다.



보험사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보험사기에 대한 범죄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는 점은 묵과할 수 없다. 팍팍해진 삶에서만 원인을 찾기에는 미흡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3703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적발액수가 6.4%(223억) 늘었다. 적발 인원 역시 4만4141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2% 증가했다. 1인당 평균 보험사기 금액 역시 840만 원으로 고액화 되는 추세다. 그나마 당국에 적발된 게 그 정도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몇 배가 더 될지 모른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사기로 새는 돈이 한해 3조4천억원(2010년 기준) 가량 된다고 추산한 바 있다. 국민 한 사람당 7만원을 앉아서 사기당한 꼴이다.



보험사기는 범죄자의 죄의식이 결여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기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착각해 대수롭지 않게 범죄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보험사기는 단지 보험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보험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창안해 낸 효과적인 위험분산 제도다. 한 사회가 사고 발생에 대비해 미리 갹출해 공동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보험사기는 이 같은 사회적 약속을 무너뜨리는 독이다. 단지 피의자가 보험사에 피해를 입히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은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나쁘다. 보험사기는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다. 때론 반인륜적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법과 제도가 날로 진화하는 범죄수법을 따라가지 못하니 보험 사기가 급증하고, 모방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보험 계약의 정보 교환과 보험회사 간 공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보험사는 사기 예방 및 색출을 위해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자체 조직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보험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더 보완돼야 한다. 검찰과 경찰에 보험사기 수사 전담반을 두는 게 최선이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보험회사에 보험사기 조사를 위한 수사권을 과감히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험사기 조사를 위한 전문 인력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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