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교육은 ‘百年之大計(백년지대계)’라 했다. 그만큼 교육이란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 오늘날까지 70여 년 간 교육정책이 10여회 가까이나 바뀌었으니 백년대계가 아니라 십년대계도 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은 ‘백년대계’가 아니라 ‘십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전년과 같은 적이 거의 없다. 조금이라도 손을 댄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어김없이 달라지는 것이 우리나라 입시교육 정책이다. 그 통에 학생들과 학부모들만 죽어난다.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변화하려는 의지도 없다.
어느 해는 실력으로, 어느 해는 추첨으로, 어느 해는 무시험으로 정책 여하에 따라 입학이 결정되곤 한다. 때가 맞으면 무시험으로 입학이 되고 때가 맞지 않으면 국가고사, 입학고사, 예비고사, 수능고사 등 첩첩산중을 넘어야 희망하는 대학에 논술이나 실기를 볼 수 있다. 시대를 잘 맞춰 태어나야 나에게 맞는 교육이 된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자기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교육계획에 의해 때가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은 변하지 않은 채 무의미한 무한경쟁만 난무한다. 정부의 조삼모사 식 교육정책에 희생양이 돼 인생이 뒤바뀐 사람들도 무수히 많았을 것으로 본다. 오죽하면 교육부만 없어도 이 나라 교육이 제대로 선다고 말할까.
교육부는 지난 10년간 수시모집 확대 기조를 유지해 오다 얼마 전 갑자기 주요 대학에 정시모집 확대를 요청했다. 현재 고2가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전형 계획 제출 마감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서다. 이와 함께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라고 각 대학에 권고했다. 교육부의 예고 없는 대입제도 변경 추진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느닷없는 움직임이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교육부는 정시 선발 인원 확대와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는 ‘대입제도 제자리 찾기’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대입 3년 예고제’를 무시하고 대입제도의 골간을 흔드는 정책을 느닷없이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공청회를 통한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학에 정시 선발 인원 확대와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요청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입처럼 중요하고 예민한 정책을 변경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공문을 보내는 등의 정상적 절차를 생략한 채 차관이 총장·입학처장을 만나거나 전화로 입시 변경을 요청한 것도 어불성설이다.
입시 전형 방식은 어디까지나 대학의 고유 권한이다. 성급하게 대입 정책을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해 교육부가 오락가락한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교육정책은 가장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 가운데 하나다. 부작용이 없을지 미리 검토하고 학생과 학부모, 대학 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육부는 더욱 심사숙고해 백년 갈 대입전형을 만들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