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전주대사습놀이와 관련한 이색적인 행사가 하나 있었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역대 장원자들과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임·회원들이 침체한 전주대사습놀이의 부흥을 기원하는 행사였다. 행사 이름은 ‘전주대사습놀이 부흥 비나이다’였다. 한마디로 전주대사습놀이 화합을 위한 반성과 다짐의 자리였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전주는 물론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리꾼의 등용문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그간 배출된 수많은 명창들 면면만 봐도 전주대사습의 권위에 국악계가 고개를 숙일 만하다.
첫해 ‘흥부가’ 중 박 타는 대목을 불러 장원에 올랐던 오정숙(중요무형문화재 5호·춘향가) 명창을 필두로, 중요무형문화재인 성창순·조통달·송순섭 등 기라성 같은 명창이 나왔다.
43년이라는 장구한 역사의 전주대사습놀이는 그러나 지난 2016년 불거진 시상을 둘러싼 심사위원 금품 수수 사건과 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들 간 갈등 등으로 극심한 파행을 겪었다.
이 사건은 대사습놀이 권위와 명예를 한 순간 땅에 떨어지게 했다. 이 때문에 매년 5월에 치러지던 대회가 지난해에는 9월로 연기됐고, 판소리 명창부 장원 대통령상도 사라졌다. 대회 참가 인원수도 205명으로 전년(270여명)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판소리 명창부의 경우 참가자가 전년 14명에서 4명으로 크게 줄었다.
심사위원의 심사 비리문제가 터지면서 불거진 일련의 사태들은 전주대사습이 마치 보존회의 전유물이나 자산인 것처럼 감투싸움이나 벌이고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형태로 비춰졌다. 자기 사람들을 심사위원으로 추천하거나 계파 챙기기에만 급급 하느라 정작 대사습 전통 계승과 발전에는 소홀했다.
보존회는 전주대사습놀이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계승 발전시키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보존회가 거의 경연대회 하나에만 전념하고 있고 다른 수익사업 확대라든가 재원 확보 방안 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참가자가 다시 대통령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전주시는 대회 정상화와 명예 회복을 위해 지난해 전국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을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하는 조직위원회를 꾸리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판소리 명창부 본선에 청중평가단을 도입하는 한편, 심사위원 추천위원회와 선정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는 등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올해 참가자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대통령상 복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전국대회는 6월15일부터 나흘 동안 국립무형유산원과 한옥마을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전주대사습은 보존회 몇몇 인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킨 전주대사습인데 몇몇 임원들의 감투싸움에 그 명성이 허물어져서야 되겠는가. 국내 최고의 국악 경연 대회가 동네잔치로 전락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