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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선거 기성세대 흉내 내기는 그만하자

전북대학교가 총장 선거 문제로 어수선하다.





전북대학교 총학생회가 지난 18일 “재학생의 총장 선거권을 보장하라”, “교수평의원회의 비민주적인 행태를 규탄한다”며 교수평의원회 회의가 예정된 회의실을 봉쇄했다.





교수회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어 학생 투표를 배제한 총장 선출안을 발의하고 이날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총학생회는 ‘교수의, 교수에 의한, 교수를 위한 총장 직선제’, ‘학생을 잊은 학교는 미래가 없다’ 는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고 회의실 문을 가로막았다. 총학은 “학내 민주주의 말살 시도를 묵인할 수 없다”며 재학생의 총장 선거권이 보장되기까지 재학생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을 끝까지 펼쳐나겠다고 밝혔다.





전북대 교수회는 지난 2월 학무회의를 열고 그동안 간선제로 치러진 총장 선거를 직선제로 개정했다. 그러면서 ‘세부사항은 교수 합의에 따라 별도로 정한다’는 학칙을 정해 총장 선거에 재학생 투표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총학은 교수회 결정에 대해 “껍데기만 직선제인 총장 선거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학은 흔히 지성의 결집체로 불린다. 지성은 자유와 자율, 상상력 등을 특징으로 한다. 헌법에도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이념을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학총장선출에서 대학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함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동안 대학총장 선거는 교육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공립대 총장 선출에 정부가 개입한 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1987년 민주화 열기 속에 여러 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법령상으로 대학 자율에 맡겨진 국립대 총장 임용 논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벌어졌다.





이명박 정권이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앞세워 재정지원 사업을 당근 삼아 간선제로 유도하며 포기하는 곳이 늘었다. 나아가 박근혜 정권은 간선제로 뽑힌 총장 후보자마저 1·2순위를 뒤바꿔 임명하는가 하면, 뚜렷한 이유 없이 유력 총장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박근혜 정부 기간 전국 국립대 41곳 중 무려 14곳에서 총장 임용을 둘러싸고 정부 개입 의혹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국립대 총장 공백 사태를 대표적 교육 적폐로 꼽은 배경이다.





대학의 발전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대학을 진두지휘하는 총장의 역할이 매우 크다. 총장이 어떻게 대학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대학의 명운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토록 중요한 자리인 총장을 선출하는 방법도 신중해야 한다.





한때 민주주의를 선도했던 대학은 선거에 관한 한 개혁이 가장 느린 집단으로 평가 받아왔다. 총장 선거나 총학생회장 선거 모두 학교 밖 정치선거보다 못하다는 비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총장 직선제가 대세로 자리 잡은 지금 이제 공은 대학으로 넘어왔다.





어렵게 확보한 총장 선출의 자율권을 대학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도 선거에 임하는 순수한 열정만 남기고 기성세대에 대한 흉내는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학생들은 민주적 선거를 위해 바친 선배들의 수고를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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