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지난 22일 전국 25개 로스쿨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의 공개로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로스쿨만 합격하면 변호사는 거저 되는 줄 알았지만 실상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올해 7회는 합격률 1위 대학이 78.7%지만 하위 3곳은 20%대를 기록했다. 하위 3곳 모두는 지방대 로스쿨이다. 이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벌써 통폐합 이야기가 대한변협을 중심으로 나오면서 하위권 지방대 로스쿨은 사면초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올해 합격률이 처음 공개되면서 서열화가 고착화되고, 결국 합격률이 떨어지는 지방 소재 로스쿨은 통폐합 압박도 거세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변시 낭인(浪人)’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떨어진 이들을 말한다. ‘고시 낭인’이 사라진 자리를 그들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변시는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에 5회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 이른바 ‘5진 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5회 모두 떨어지면 변호사가 될 기회가 사라진다.
이미 로스쿨 1·2기생 중엔 다섯 번 떨어진 이른바 ‘오탈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시 응시자의 평균연령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7회 시험에는 평균 32.3세로 집계됐다.
이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변시 낭인’의 문제는 사회적인 논의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데는 사법시험에 매달리며 청춘을 허비하는 고시 낭인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변시 낭인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많게는 연간 2,0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내고, 학비와 책값, 생활비 등을 합하면 3년 과정 동안 1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한 로스쿨생의 상당수가 변호사시험에 떨어진다면 이는 엄청난 사회문제다. ‘사시 낭인’에 비견할 바가 못된다.
학부 4년에 로스쿨 3년까지 마친 뒤 변호사시험까지 탈락한다면 늦은 나이에 다른 일자리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결국 오직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해 학원에 의존하게 되고 로스쿨이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변호사시험’ 준비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특성화, 전문화는커녕 로스쿨의 고시학원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결국 다양한 법 분야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수험 법학에만 가두게 돼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에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높여 변시 낭인의 문제를 해결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변호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는지 엄격하게 검증하면서도 동시에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이제 로스쿨을 포함해 신규 법조인 양성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책 마련과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지방 로스쿨의 부진은 지방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지방 로스쿨이 '변시낭인'을 양산 하는 장소로 전락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