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진보시민단체들 사이에 ‘진보교육감’ 추대를 놓고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는 30일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추대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농민, 천주교, 전교조, 교직원 등 약 800여 명으로 구성된 전북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민 선언 참가자들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진보교육감 추대 논란을 보면서 진보와 촛불을 독점하고 진보를 왜곡하는 행위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김 교육감을 두 번에 걸쳐 진보교육감으로 추대하고 아무런 책임과 평가 없이 또 다시 진보의 이름을 내세우려는 단체는 도민의 역사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전북교육감 후보들도 김 교육감 후보 추대를 반대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는 등 강한 거부감과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한 후보는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고 교육은 진보와 보수로 편 가르기를 할 수 없다”며 “진보교육감 추대 논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후보 역시 “도민의 현명한 선택을 방해하는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교육감 추대를 반대한다”면서 “교육적 소신과 정책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도민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공학적이며 편 가르기라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후보도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추대위는 ‘촛불정신완수를 위한 진보교육감 김승환 후보 지지연대(가칭)’로 명칭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함으로써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기존의 국가권력을 견제하는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한 시민운동은 이미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참여민주주의가 강조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직접적인 선거참여든 국정의 감시자 역할이든 어떤 시민단체나 운동가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힐 권리가 있다.
문제는 그러한 활동이 시민 전체의 의사인 양 호도돼 ‘시민 없는 시민운동’으로 비판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는 도덕성과 순수성을 바탕으로 한 시민운동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것이며, 특정 정당·정파의 연계는 시민운동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지적한 한 시민운동가의 고백이 시사하듯 시민운동이 성공을 거두려면 시민의 이름을 빌려 스스로 권력화하거나 정치권력과 유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민한 사회 현안에 대해 획일적으로 한 목소리를 낼 경우 ‘침묵하는 다수’의 중립적 세력을 포용하지 못해 시민단체가 시민에게 뿌리내리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시민사회단체의 검증 기준이 후보자의 자질이나 도덕성에서 정책이슈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자신들과 같은 정치성향의 인물이 아니면 반대하겠다는 것인데, 공정성을 잃은 선거 개입이란 지적을 면키 어렵다. 후보 공천 과정에까지 개입해 정치세력화하려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시민단체는 정치세력과 한발 떨어져 감시자로서 남아있을 때 설득력을 가진다. 특정 세력을 편드는 인상을 줘서야 누가 신뢰하겠는가. 공정하고 합당한 범주를 벗어나는 순간 신뢰는 추락하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