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군사분계선(MDL)의 상징인 높이 5㎝, 폭 50㎝의 콘크리트 연석을 걸어서 넘어섰다. 분단의 높은 턱을 넘는 데 무려 65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나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지난 2007년 이후 11년만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이은 핵도발로 전 세계를 긴장시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우리나라 대통령이 판문점 테이블에 앉아 비핵화와 종전, 평화협정을 논한다는 것은 기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남북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
독일 출신인 트램 대표는 “29년 전 독일 통일 당시 사람들은 ‘통일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이야기했었다”면서 “그러나 사실 베를린 장벽이 극적으로 무너지기 전과 후 동·서독은 많은 준비를 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쌓으려는 마음가짐이었다”고 말했다.
길이 155㎞, 높이 3.6m의 베를린장벽은 1961년 8월 13일 세워진 뒤 1989년 11월 9일까지 동독과 서독을 갈랐다. 1만316일 동안이다.
장벽이 무너지고 또 1만316일의 시간이 흘렀다. 2018년 2월 7일, 독일은 베를린장벽이 존재했던 기간보다 장벽이 무너지고 난 뒤의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됐다.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독일의 통일은 물론 유럽의 통합을 가져왔고 미국·소련 간의 냉전을 종식시킨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한국인들은 그들을 부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반도에 DMZ가 있다면 독일에는 베를린 장벽이 있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은 그야말로 독일 분단과 통일의 시작과 끝을 볼 수 있는 총체적인 기억의 공간이다. 과거 분단의 아픔을 일깨워 주는 성찰의 공간이자 오랜 고생 끝에 쟁취한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으로서 크나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곳은 또 베를린을 방문하는 관광객과 자국민들에게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우리는 훗날 DMZ를 어떤 이야기로 채워가야 할까? 우리 보다 먼저 분단과 통일의 경험을 겪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독일의 경우를 참고한다면 훗날 다가올 평화로운 통일에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은 출발점일 뿐이다.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로 가는 여정은 멀고도 험난할 수밖에 없다.
섣부른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며 흔들려선 안 된다. 과거 두 차례의 남북정상 간 선언이 단순한 선언에 그친 데서 보듯 남북 간 합의는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내부의 분열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대북, 대미협상 못지않게 국론 통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사안을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과 이념논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결코 안 된다.
전 국민이 힘을 모아야만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