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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 폭행,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술 취한 시민을 구조하러 나섰다가 폭행을 당해 뇌출혈로 쓰러진 한 여성 구급대원이 끝내 사망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2일 소방공무원 강모(51·여·소방위)씨는 익산역 앞 도로변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윤모(47)씨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출동했다. 하지만 의식을 찾은 윤씨는 구조에 나선 강씨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손으로 강씨의 머리를 5~6차례 가격했다.





강씨는 어지럼증과 경련, 심한 딸꾹질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 손상 진단을 받았다. 이후 기립성 저혈압과 어지럼증으로 2개월 요양진단을 받고 정밀진단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올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1일 끝내 숨졌다. 숨진 강 소방위는 김제소방서에 근무하는 남편과 초·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남겨두고 있었다. 성실한 부부 소방관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강 소방위는 재직기간 내내 재난현장에서 구급대원으로 헌신적으로 봉사해 왔다는 칭송을 받고 있다.





살신성인의 각오로 수많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파수꾼 노릇을 하는 소방 구급대원들이 폭행을 당하는 일은 다 드러나지 않을 뿐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주먹질로 보답하는 셈이다. 구급대원들은 폭행을 당해도 크게 부상을 입지 않는 이상 일이 확대되는 것을 꺼려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구급대원 사이에서는 만취자에 대한 공포가 심각하다. 오죽하면 “화재보다 취객이 더 무섭다”는 농담 섞인 말이 나오고 있겠는가.





전국적으로 폭언·폭행피해로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구급대원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사회 안전의 초석인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구급대원들의 사기가 바로 시민들에 의해 추락해 가고 있는 사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회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에 따르면 소방관들이 구조·구급 업무 중 폭행·폭언 피해를 당한 사례가 4년 새 2배 이상 늘어나고 최근 5년7개월간 해당 건수는 870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방관들의 정신과 상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홍 의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7개월간 자살한 소방관은 47명에 달하는 가운데 4년 새 정신과 진료상담 건수가 10배나 급증했음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구급대원을 위협하거나 폭행하는 일은 사안의 경중을 떠나 심각한 범죄행위다.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하기 어렵다.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의 소중한 생명까지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소방당국이 구급대원 폭행에 대해서는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강화하는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대부분 솜방방이 처벌에 그치는 것도 근절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구급대원 폭행,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안전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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