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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선거 참여 제한 '19금(禁)'은 어불성설

노동당 전북도당 등 전북지역 5개 진보정당은 최근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선거권 연령 하향과 청소년의 정치 활동 자유 보장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헌법은 참정권을 시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청소년들은 단지 나이 때문에 모든 참정권을 박탈당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박근혜 퇴진 촛불의 광장에서 청소년들은 동등한 시민으로서 비 청소년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며 “대한민국의 헌법은 참정권을 시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은 단지 나이 때문에 모든 참정권을 박탈당한 상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가로막고 있는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0년대 이후 국회에서 투표 연령을 낮추기 위한 선거법 개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되었으며, 가장 최근인 지난해 1월에도 선거법 개정이 추진됐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면 젊은 유권자 60여만명이 새로 생긴다. 당시 야당 지지성향이 강한 젊은 유권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게 개정안 불발의 진짜 이유였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3년 2월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선거연령을 낮출 것을 국회의장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우리나라 현실상 19살 미만의 경우에는 정치·사회적 시각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거나 독자적인 판단을 하기에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는 시대적 변화를 보지 못한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다.





정치·사회의 민주화, 교육수준의 향상,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교류 등으로 지금 18살 청소년은 과거에 비해 훨씬 성숙해 있다. 대학이나 직장 등 미래의 선택을 바로 앞에 둔 고3 학생이 자신에게 적용되는 법안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18세면 혼인과 약혼을 할 수 있고, 군 입대 연령이나 국가공무원법의 임용기준 등은 모두 18살로 돼 있다. 선거 참여만 ‘19금(禁)’ 이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대 변화에 따라 더 많은 사람에게 참정권을 확대해온 것이 민주주의의 역사다. 과거 틀에 갇혀 18살 청소년들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4개국 중 33개국이 선거연령을 18살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2015년 20세에서 18세로 낮췄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19세로 되어 있다.





선진국에서는 40대 초반 총리나 대통령이 흔히 등장한다. 고교생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도 어색하지 않다. 고교생 시장도 나왔다. 다양한 법적 의무를 지는 정책 소비자에게 유독 참정권만 제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선거연령 하향은 국가 미래 설계에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소년의 의견을 듣자는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뭘 갖다 붙이거나 떼는 협상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신이 강한데 그들의 생각을 모른 척 한다면 세대 간 갈등만 더욱 깊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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