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16시간 줄어들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회는 지난 2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입법 논의가 시작된 지 5년 만에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다. 그만큼 진통이 컸던 사안이다.
법안 통과로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장시간 근로 관행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장 근로시간의 오명을 갖고 있다. 2016년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이 2069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05시간 더 길다. 한 해 수 백 명이 과로로 사망한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저녁이 있는 삶’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지고 줄어든 근로시간을 보충하기 위한 신규 채용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근로자들은 야근과 휴일근무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생산현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시범 실시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특근 및 야근 단축으로 임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생산직 노동자들의 반발이 크다고 한다. 일하는 시간이 줄면 임금도 삭감될 수밖에 없는데 노동자들은 줄어든 임금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게 뻔하다.
지금 영세기업들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그런데 또다시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충격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이 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계를 내놓은 바 있다.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어 괜찮다고 해도 문제는 중견·중소기업이다.
한경연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비용의 70%를 중소기업이 떠안게 될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중소기업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처럼 법이 시행되더라도 지키지 못하는 범법 사업장이 속출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300명 미만 중소기업은 시행 시기를 2020년 1월과 2021년 7월로 늦춘 만큼 근로시간 단축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보완책으로 임금감소분을 보전하고 신규채용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세금으로 개인 임금을 보태주는 방식이 해결책일 수는 없다. 전형적인 탁상공론식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이나 노동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으면서 지금의 경제 정책이 전반적으로 구심점을 잃은 채 제대로 방향을 찾지 못하는 이유를 명확히 헤아릴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제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책상머리에서 정책을 짜낸 탓이다.
정부가 추경까지 해가며 일자리 예산을 대거 투입했지만 4월 실업률 등 고용 실적은 재난 수준이다. 잘못된 정책을 돈으로 때우려는 발상은 결코 지속 가능하거나 성공할 수 없다. 포퓰리즘에 빠지거나 잘못된 경제 정책은 경제 전반을 왜곡하고, 일자리도 없애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