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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부끄러운 교권침해 현장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을 만든 것은 학생들이었다. 1963년 충남 강경여고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투병 중인 선생님을 간호하고 퇴직 교사를 찾아뵙던 일을 공식화하며 ‘은사의 날’을 정한 데서 비롯됐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때가 있었다. 임금과 스승, 그리고 아버지의 은혜는 같은 반열이라 해서 선생을 존경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스승의 날에 되돌아보는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은 참담하다.





교육현장의 붕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을 하고, 학부모가 학생들 보는 앞에서 교사를 폭행했다는 뉴스는 이제 흔한 광경이 돼버렸다. 심지어 학생이 훈계하는 교사를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폭행 충격으로 교단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교육부의 집계를 보더라도 교권침해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는 508건으로, 10년 전인 2007년 204건보다 2.5배 증가했다. 전체 교권 침해 중 학부모에 의한 사례는 267건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학부모들은 주로 학생지도(115건), 학교폭력(49건), 학교안전사고(30건)에 대한 불만으로 교권을 침해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인한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 일선 교사들은 카메라 촬영과 시도 때도 없이 전달되는 메시지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학교와 교사가 해야 할 업무에 과도하게 참견하고, 학교 행정을 지나치게 감시하는 듯한 일부 학부모의 행태는 교권에 상당 부분 상처를 입히고 있다





이러다보니 교사를 상대로 하는 학부모의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변호사 선임비 등 소송비를 지원해주는 교사전용보험이 인기라고 한다. 국내 보험사가 ‘참스승배상책임보험’을 개발해 판매에 들어가자 계약건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교사들이 학내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을 들어야 하는 씁쓸한 현실이 안타깝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스승의 은혜를 기리던 사제지간이 반세기 만에 ‘법률적 관계’로 추락했다는 징표라 할 수 있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못하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요즘은 ‘학생의 그림자를 밟지 못하는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을 쓴 사람은 다름 아닌 현직 초등학교 교사였다. 스승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기념일을 스승이 원치 않으니 없애 달라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올해 총 10여건이 넘는 ‘스승의 날 폐지 촉구’ 청원 게시물이 올라왔다. 교사의 권위가 추락해 교사조차 스승의 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하니 서글픈 일이다.





그동안 학생들의 인권만 강조됐지 교원들의 인권은 소홀히 한 측면이 없지 않다. 교권보호는 교원들만을 위한 게 아니다. 미래 세대인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를 함부로 대하는 환경에서 무슨 교육자의 사명감을 가지고 훈육할 수 있겠는가.





공교육 정상화는 교사들의 권위를 찾아주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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