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7일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의 첫 발을 뗐다. 법정 최저임금 심의 기한은 6월 말까지이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7월 중순 이후 투표로 최종 인상폭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의욕을 내고 있다. 만성적인 저임금과 소득 격차의 해소는 물론 소득 향상을 통해 성장도 견인할 수 있다며 추진하는 정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2016년 실질 최저임금을 보면 한국은 5.8달러로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는 중위권이다. 임금 격차는 OECD 최악 수준이다.
최저임금인상 문제는 양날의 검과 같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의 평균 소득을 올리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반면,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져 고용감소나 제품가격 인상으로 전가되는 부정적인 요인도 동시 작용한다.
올해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16.4%) 이후 효과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어느 한 쪽이 옳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그만큼 최저임금은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생산성이 증가하고 글로벌 경쟁력이 뒷받침될 때 고용을 늘린다. 과거 한국기업의 고속성장과 함께 늘어났던 일자리를 생각해보자. 이런 고속성장 속에서 악질 기업들의 횡포를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으로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삼성, SK하이닉스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업의 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도 떨어진 상태다. 이에 기업들은 비용감면을 위해 기계 자동화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으로 최저임금을 시행하면 고용 악화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부 지원해준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주장이 있지만 1~2년 정도 정부의 지원에 고용주가 채용을 늘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채용을 하고 나면 쉽게 해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문제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약자들끼리의 갈등만을 고조시키는 을과 을끼리 동병상련의 갈등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근로자의 82%를 30인 이하 영세업체에서 고용하며, 이들 중 연매출 4,000만원 미만에 월소득 200만원 미만이 자영업자의 52%에 해당한다.
대기업은 이미 최저임금 위를 웃돌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적은 반면, 중소기업과 영세기업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결국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격차는 더 커지면서 또 다른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성장에 보탬이 되느냐는 논란이 있지만 빈곤 해소라는 취지에 공감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이 작은 주름을 펴더라도 한편에서는 크게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도 깊이 헤아려야 한다.
최저임금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국회도 차일피일 하고 있으나 중재력을 적극 발휘해 합리적 대안을 서둘러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