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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정치권의 '쇼'가 아닌 '필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발의·공고한 개헌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무위로 끝났다.





국회는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어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했지만 야4당의 표결 불참에 따른 의결정족수(192명) 미달로 무산되고 말았다.





사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등 야4당이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요구하며 표결 불참을 예고해왔기 때문이다.





발의 때부터 개헌 절차·내용·시기가 모두 부적절했다는 점에서 개헌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애초부터 전무했다. 야당 측은 부결될 게 뻔한데 정부·여당이 개헌안 표결을 강행하는 것은 개헌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려는 술책이라는 등의 표현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은 권력구조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저마다 올 6·13지방선거 때 함께 개헌 투표를 하자는 데 대체로 동의한 바 있다. 국회도 지난해 1월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1년 6개월을 활동시한으로 정하고 개헌논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여야가 개헌 추진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민투표법 개정 데드라인을 넘기면서 6월 개헌이 물 건너 간 것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확인됐고, 여야 모두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공약하면서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해타산에 밀려 논의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개헌이 좌초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표결도 못한 채 사실상 부결 처리된 건 여야 정치권 모두의 패배로 기록될 만하다.





대선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자유한국당은 물론 일방적으로 개헌을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인책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과론적이지만 민주·한국 거대 양당의 개헌 찬반론은 지방선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개헌 쇼’에 불과했던 셈이다. 양 당의 지루한 힘겨루기는 대국민 횡포이자 사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물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해졌고, 시민 의식은 높아졌다. 거기에 맞춰 31년이나 지난 헌법 체제를 바꾸자는 국민의 염원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대의기구로서 지방분권을 포함한 개헌을 열망해 온 국민의 뜻을 깡그리 무시한 것으로 국회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개헌은 ‘촛불 정부’를 출범시킨 국민 다수가 바라는 염원이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세졌다.





정부 개헌안은 폐기됐지만 개헌 추진의 불씨만큼은 꺼뜨려선 안 된다. 여야가 합의만 하면 개헌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제 정치권이 개헌안 마련에 적극 매달려야 할 때다. 지금이라도 나라의 명운이 걸린 개헌에 여야는 초당적으로 협력해 개헌 촛불을 살려내야 한다. 더욱이 자치·분권 개헌은 지방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때문에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개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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