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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예견된 자사고·외고 사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전주 상산고등학교 총동창회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불합격자를 평준화지역 일반고에 배정하지 않기로 한 전북도교육청의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고 밝혔다.





총동창회는 지난 29일 전북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교육청의 기본계획안은 자사고와 외고에 불합격한 학생은 지역 내에 정원 미달 학교가 있어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비평준화지역 일반고에 지원하거나 재수를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교육받을 권리를 심각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교육청은 그동안 8월~12월 초에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했던 자사고와 외고를 올해부터는 12월~이듬해 2월 초 전형을 진행하는 일반고와 같이 후기고로 분류하도록 했다.





전북엔 전주 상산고와 군산 중앙고, 익산 남성고 등 3개 자사고와 전북외고가 있다. 이에 따라 자사고와 외고에 불합격한 학생은 전주와 익산, 군산 등 3개 평준화지역 일반고에 입학할 수 없게 됐다.





전북교육청은 “자사고, 외고 탈락자에게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일반고 지원자 입장에선 불이익이 될 수 있다”며 “형평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거주 지역의 일반고 배정을 막겠다는 전북·경기·충북·강원·제주 등 5개 교육청의 방침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자사고, 외고는 일반고보다 먼저 학생을 선발했다. 불합격해도 집 근처 일반고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자사고, 외고가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선발하도록 법이 개정됨으로써 이 지역 중학생들은 자사고 등의 입시에서 불합격하면 다른 시·군의 정원 미달 고교에 가야 한다. 통학이 어려운 곳에서는 고입 재수로 내몰릴 수도 있다.





자사고 등 불합격생 학군 내 미배정 결정은 위에서 언급한 5개 도교육청만이 진행하고 있다. 서울·부산 등 8개 시 단위 교육청은 물론 경남·경북·전남·충남 등 4개 도교육청은 이들 학교 불합격 학생도 자기 고장에서 다른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마련했다. 학생의 학습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교육부가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지정·취소권한을 교육감에게 넘겨주기로 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은 충분히 예견됐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1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지정과 취소에 대한 교육부 동의절차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극심한 고교 서열화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사회 병폐다. 일반고에 진학하는 대다수 학생들이 시작도 해보기 전에 패배의식에 젖는 현실은 지켜보기 안타까울 정도다.





하지만 수 십 년을 이어온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정책의 행태는 제동이 걸려야 한다. 그 고통의 대상자는 다름 아닌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임기 4년인 교육감 이념 성향에 따라 교육행정이 널을 뛴다면 교육 백년대계는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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