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고통을 못 느끼고 죽어가는 개구리라니, 한국 자동차산업이 딱 그 모양이다.
한국 제조업을 이끌어온 자동차산업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위기에 휘청거리고 있다.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에 신기술 부재로 수출·내수 생산의 트리플 위기에 몰린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판매부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한국GM의 철수설에 통상임금 소송까지 맞물렸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한국GM 군산공장이 급기야 31일 완전히 문을 닫았다. 첫차를 생산한 지 22년 만이다. 군산공장은 설립 후 20년 가까이 협력업체 130여 곳과 함께 연간 1만2천여 명을 상시 고용하며 전북 수출의 30%, 군산 수출의 50%가량을 도맡는 ‘경제효자’ 역할을 했다. 이 덕에 군산은 자동차와 쉐보레의 고장으로 명성을 높였고 지역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군산공장은 특히 인근에 2009년 준공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많게는 한해 생산액 12조원, 전북 수출액의 43%까지 점유하며 지역경제 전성기를 이끌었다. 향토기업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지역인재 채용,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소외계층 돕기, 장학금 지원 활동 등도 활발히 펼쳤다. 그러나 군산공장은 2011년 26만대를 정점으로 생산량이 점차 감소하더니, 2013년 쉐보레의 유럽 철수로 수출 물량과 내수가 급감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한번 내리막길을 걸은 군산공장은 끝내 원상회복을 하지 못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공장 가동률은 20%대로 떨어지고, 군산지역 수출 비중도 20% 정도로 급락했다.
군산시와 지역사회가 GM 차량 사주기, 공장견학을 통한 공장 이미지 제고, 관공서 관용차량 의무 구매, 군산공장 사랑하기 캠페인 등 노력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결국 한국GM은 지난 2월 13일 ‘경영난과 구조조정을 이유로 군산공장을 5월 말 폐쇄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고,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이후 직원 2천여 명 가운데 3월에 1천200여 명, 4월에 3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이달 말 퇴사했다. 비정규직 200여 명은 폐쇄 발표 후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군산공장에 의존해 온 지역 부품·협력업체는 가동률이 급락했고, 자금난으로 도산하는 곳이 속출했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은 군산경제는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실직자 양산, 인구 감소, 내수 부진, 상권 추락 등으로 이어져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군산을 고용위기 지역과 산업위기 특별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아직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군산경제는 고용 및 생산지표가 크게 악화되고 지역상권은 붕괴 직전이어서 시급한 처방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고용·산업위기 지역에 따른 효과적인 지원과 추경예산 집행을 서두르지 않으면 최악에 이른 군산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을 놓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