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아르헨티나는 현재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사태는 ‘퍼주기 복지’ 정책과 반 기업 정책이 불러들인 재앙이다. 2003년부터 2015년 말까지 집권한 좌파 정권은 ‘포퓰리즘’을 전면화했다. 석유가스회사를 국유화하고, 공무원 연금과 봉급을 배로 올렸다. 주택·교육 보조금도 살포했다.
그 결과 나라 재정은 시퍼렇게 멍들었다. 좌파 정권 마지막 해인 2015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를 넘었다. 반세기 전 부국에서 빈국으로 추락시킨 ‘페론의 악몽’이 되살아난 것이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복지를 내세우는 정치적 태도나 경향을 ‘복지 포퓰리즘’이라 부른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표심을 현혹하려는 사탕발림 식 퍼주기 공약들이 무차별 쏟아지고 있다.
선거판에 ‘무상’, ‘공짜’ 구호가 유행하기 시작한 게 2010년 전후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2009년 경기 교육감 선거 때 ‘무상 급식’을 내세워 큰 효과를 봤다. 나중엔 보수 후보들까지 공짜에 가세했다. 선거 치를 때마다 새로운 무상 복지가 추가되는 게 마치 공식처럼 됐다.
복지 포퓰리즘이 위로는 중앙정부에서 아래로는 지방자치단체들까지 구석구석 만연하고 있다. 지방선거의 표심을 의식해 청년 배당, 무상 교복, 산후조리비 지원 등 모두에게 무차별로 퍼주겠다는 공약이 남발한다. 세금으로 생색내겠다는 즉흥적인 선심 공약은 이제 여야,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각 후보들마다 무상공약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정작 소요예산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곳간을 걱정하는 후보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기껏 한다는 말이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뿐이다.
전국 지자체들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간신히 50%를 넘는 수준이고 자체 예산으로 인건비도 대지 못하는 곳이 절반을 넘는다. 대체 그 돈을 누가, 어떻게 대겠단 말인가.
여러 형태의 복지 정책 논란이 언제부턴가 기대보다는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 모두에게 다 주겠다는 정책을 내놓기는 쉽다. 유권자에게는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한번 시행되면 국가·지방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반면 회수가 불가능하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영국의 한 경제학자는 ‘정치꾼은 선거를 먼저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했다. 당선에 눈이 멀어 미래세대에 세금고지서를 보내는 약속을 남발하지 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선심 행정은 지방재정을 좀먹는 독(毒)이다. ‘퍼주기 공약’은 세금고지서와 다를 게 없다. 포퓰리즘 공약들 속에서 냉정히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은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유권자들이 깨어있지 않으면 선심성 공약의 폐해는 당대뿐만 아니라 자녀 세대에까지 미칠 것이다.
공짜 정책 집행에 단체장들이 개인 주머니에서 십 원 한 장 보태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재원 마련 대책 없는 포퓰리즘 공약이야말로 적폐요, 청산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