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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외고 폐지한다고 '서열화' 없어질까

지난 6·13 지방선거 결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4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들 대부분 무상교육과 혁신학교 확대, 자사고·외국어고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외고가 고교 서열화를 유발한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상 외고·자사고 지정 및 취소는 교육부 장관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 교육청이 교육부 동의 없이 특목고 및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진보교육감에게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전북지역도 진보 성향의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3선에 안착하면서 자율형 사립고 폐지 정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 교육감은 지방선거 당선 소감문에서 “차별과 특권이 없는 교육, 모두가 교육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열린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도 “자사고 정책은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가열이라는 폐단을 낳았다”며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지지를 보냈다. 김 교육감은 지난달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공동공약을 통해서도 자사고와 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는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전북교육청은 2014년 8월 상산고를 자사고로 다시 지정했다. 또 다른 자사고인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는 오는 2020년에 재지정 또는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5년 주기로 실시된다. 앞으로 2년 내에 도내 3개 자사고의 운명이 결정되는 셈이다.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격렬하게 반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진보교육감들은 외고·자사고·일반고로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개편하지 않는 한 공교육 정상화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면 외고·자사고 측은 학생 선택권 보장과 수월성 교육을 위해 학교 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2월말 최명재 민족사관고 이사장,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등 자사고 이사장들과 학부모 등 9명은 같은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특목고·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해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뽑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초·중·고교 교육현장이 교육정책의 실험장이 돼서는 곤란하다. 섣부른 교육실험이 초래할 갈등과 혼선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중 외고·자사고 폐지는 휘발성이 너무 강하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어서 공약대로 추진하다가는 자칫 교육현장을 큰 혼란의 장으로 만들 위험성이 매우 크다.





교육정책만큼 국민 사이에 민감한 것도 없다. 교육감은 ‘교육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그 권한을 함부로 행사해 일선 교육현장의 혼선을 부추기는 실험은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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