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국회는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여야는 지난 1일 6월 임시국회를 열어놓고도 선거에 올인 하면서 사실상 일손을 놨던 상태였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도 국회는 꽁꽁 얼어붙었다. 20대 국회의 하반기 원 구성을 위한 여야 간 협상은 시작조차 안 되고 있다.
전반기 국회의장단과 각 상임위원장 등의 임기가 지난달 29일 끝남에 따라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을 새로 뽑아야 하지만 여야 간에 원 구성을 위한 협상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뒤죽박죽이다.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정 전 의장 고별 회동이 열린 지난달 21일이 마지막이었다. 거의 한 달째 국회 파행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6월 임시국회가 본회의 한번 열지 못한 채 회기를 종료할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까지 파행이 계속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각종 개혁입법과 민생 관련 현안이 산적한 데도 이러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존립 기반이 뿌리째 흔들린 야권은 내홍만 거듭하고 있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기에만 바쁜 모습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15일 비상총회 뒤 국회의사당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반성·사죄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는 국민들의 눈에 매우 익숙한 장면이다. 새누리당 시절인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때에도 “혁신하겠다”며 땅에 엎드려 절하고 읍소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위기 국면을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과거의 행태를 되풀이해 왔다.
그처럼 이번에도 보여주기 식의 ‘사죄쇼’가 아니냐는 비판과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그 사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니나 그렇다고 국회 운영 정상화를 등한시해서는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당의 압승과 야당의 참패로 정계 개편의 후폭풍이 예상돼 남은 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더욱 걱정이 앞선다.
국회의 권의가 땅에 떨어진 것은 이미 옛날이다. 지난 달 초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원내대표가 한 30대 남성에게 기습 폭행당한 사건은 국회의 권위와 신뢰가 추락한 작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예라 할 수도 있다.
국회가 정쟁으로 민생을 등한시하는 동안 한반도는 대격변의 시대에 들어섰고, 역사 전환의 절정의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6·27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거쳐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둘러싼 전례 없는 외교전이 한창이다.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감안한다면 국회가 절대 이 지경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명분이 뭐가 되었든 국회 공전은 용납 받을 수 없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지 않는 국회는 존립 이유가 없다. 국회를 장기간 마비시켜 놓은 채 당리당략과 선거에서의 유불리만을 저울질하는 정치는 결국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