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 근로제 적용이 지난 1일부터 본격 시작됐다. 그동안 주당 법정 근로시간은 최대 68시간이었다.
노동시간 단축은 시대적 흐름임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052시간(2016년 기준)으로, OECD 평균(1707시간)을 크게 웃돌고 있다.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은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보다는 느슨하게 시간을 보내는 비효율적 근무관습이 생겨난 것도 장시간 노동 탓인 면이 있다. 낮은 국민 행복지수, 높은 산업재해율과 자살률도 이런 장시간 노동과 무관치 않다.
문제는 엄혹한 현실이다. 지금 영세기업들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또다시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충격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2시간 제한 이후 기업이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연 12조1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 비용의 70%는 중소기업이 떠안게 된다고 한다.
이를 고려해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 7월부터 시행하되, 50인 이상과 5인 이상은 각각 2020년 1월과 2021년 7월로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한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쉴 때도 생산 납기를 맞추기 위해 공장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를 더 고용할 여력이 없으면 자동화만 가속화될 수 있다.
근로 단축으로 영세기업 근로자의 실질 임금 감소도 우려된다. 일과 여가시간의 균형을 맞춰 생활의 질을 높인다는 근로시간 단축이 한국 노동계가 직면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드러내는 증거다.
노동시간 단축 시 도입될 유연근로제와 포괄임금제도 노사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곳곳에 혼선의 소지와 노사갈등의 여지가 있어 주 52시간 근무제의 앞길은 순탄할 것 같진 않다. 상황이 이러하자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전 사업장, 더 나아가 국민생활과 직결된 문제다. 가히 ‘노동혁명’이라고 할만하고, 적용 대상과 행위가 김영란법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광범위하므로 파괴력도 훨씬 더 크기 마련이다. 최저임금 인상에서도 드러났듯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여건과 준비가 미흡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야기할 뿐이다.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향후 노사 간 갈등과 분쟁의 소지도 많다. 법정 타툼도 불 보듯 뻔하다. 사업주는 자칫하다가는 범법자로 몰려 감옥에 갇힐 수도 있다. 애먼 정책으로 인해 경제의 파수꾼인 사업주가 범법자로 낙인찍히고 감옥에 갇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유예기간 동안 제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기업들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한편 부작용을 줄일 제도 개선에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