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고려해 볼 때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인은 서생(書生)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요즘 노사 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최저임금 논란에 빗대 적용해도 적절히 통용될 만한 얘기인 것 같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앞두고 노동계와 사용자 간 온도차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4일을 마지노선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은 산업현장과 고용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동자는 물론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43.3% 올린 1만790원을 요구하고 있다. 비록 초안이긴 하지만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올해 16.3% 올린 것만으로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주체하지 못해 고용 참사와 소득분배 악화 충격을 겪고 있는 마당에 또 과속하면 더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임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성장률 하락 전망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다면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6단체가 지난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것과 업종별 차등적용을 호소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제 6단체는 “내년 최저임금은 경제 여건과 고용 상황, 지불 능력을 감안해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계에 봉착한 소상공인을 위해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침묵하고 흩어졌던 경제단체들이 공개적으로 한목소리를 낸 것부터가 현장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국내 업종 간 평균 임금 격차는 최대 3배, 서울과 지방간에도 30% 이상까지 벌어져 있다.





전북지역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 부담이 큰 업종에 인상률 등을 구분해 적용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의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이 대상이다. 전북지역의 경우 영세업체들이 많아 자칫 최저임금이 대폭 오를 경우 지역 고용시장에 무리가 온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입장이다.





도내 소상공인들은 임금 지불능력이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업종 상황에 따라 최저임금이 적용돼야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향과 함께 고용시장이 안정화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정부지만 지불하고 감당하는 것은 시장이다. 인상폭이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부작용이 속출한다. 실물 경기와 바닥 경기가 좋지 않은데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돼 폐업하는 사업장이 늘게 되면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20년 1만원이라는 대선 공약에 얽매여 내년에도 두 자리 수를 올렸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최저임금위 위원들은 이런 여건들을 반영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