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보정치의 '아이콘'인 국회의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안타깝게 삶을 마감했다. 안타깝고 참담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노 의원은 드루킹 측근이자 자신과 고교 동창인 도 모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월 불법 정치후원금 5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드루킹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으로부터 2천만원의 강의료를 받은 의혹도 제기됐다.
노 의원은 유서로 추정되는 글에서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는 내용을 남겼다.
노 의원은 최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하나로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장하고, 교섭단체 대표로서 받은 특활비를 일괄 반납하기로 하면서 바람직한 의원상을 보여줬기에 드루킹 연루 의혹과 관련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불법 정치자금’과 ‘정치자금법 위반’은 항상 정치권을 맴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정치를 할 수 없다. 해방 직후 미군정하에서나 민주화가 된 이후의 한국 사회나 모두 돈은 통치행위뿐만 아니라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된다.
선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돈이며, 이로 인해 당선무효형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불법임에도 불구, 돈을 쓰지 않고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정치자금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고비용 정치구조다. 자연 부정한 정치자금 수수 행위가 행해져 오곤 한다.
노 의원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경고와 교훈이 작지 않다. 선거만 치르면 불법 자금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정치인이 어디 한둘인가. 아무리 정직하고 깨끗하게 정치를 하고자 해도 돈이 적잖게 들어가는 후진적 정치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노회찬 의원 같은 정치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경제력 있는 소수의 부유한 계층이 지배하는 정치, 자본과 정치권력과의 유착 없이는 정치활동을 계속 할 수 없는 이른바 금권정치의 뿌리가 너무 깊고, 폐해 또한 크고도 긴 게 현실이다.
노회찬 의원의 죽음은 지키기 어렵게 설계된 정치자금법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정치자금법은 1965년 제정된 것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돈 없는 사람이나 인맥·학맥 등이 탄탄하지 않은 사람은 정치를 하기 힘들도록 설계되어 있다. 공식 후원금으로 정치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 강연료나 거마비 형태로 비공식 정치자금이 오가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진다.
여기에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국회의원 등의 출판기념회도 대표적인 정치자금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막강한 입법권을 등에 업고 개인적 치부를 위해 각종 이권에 얽히고설킨 경우라면 처벌이 당연하지만, 지나치게 옥죄어놓은 비현실적 정치자금법을 이참에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대 권력과의 싸움에선 한 치의 두려움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노 의원이, 자신에게 씌워진 불법 정치자금의 굴레에선 얼마나 몸부림치며 후회하고 고통스러워했을지 익히 짐작할 수 있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