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에게 주어지는 ‘특수활동비’와 ‘재량사업비’는 ‘특혜’와 ‘특권’의 전형에 속한다. 선거기간 동안에는 국민의, 지역주민의 ‘머슴’이라고 온갖 아양을 떨어대는 그들이지만, 일단 뱃지를 달고 나면 눈 깜짝할 새 국민의, 주민의 상전(上典) 가운데 상전으로 신분이 돌변한다.
특수활동비와 재량사업비는 ‘상전’들에게 받치는 ‘특전(特錢·특별한 돈)’과도 같다. 자신들 마을대로 주무를 수 있는 나눠먹기식 ‘눈먼 돈’에 다름이 아니다. 국민들이, 주민들이 ‘특전’을 내려놓으라고 아무리 외쳐대니 죽을 맛일 게다. 그러니 온갖 변명과 해괴한 논리를 앞세워 특전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양성화하기로 했다. 올해 특활비 예산 중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것은 반납하고, 내년에는 특활비를 업무추진비, 일반수용비, 특수목적경비 등으로 전환해서 영수증과 증빙서류를 첨부해 투명하게 쓰겠다는 것이다.
“특활비 중 상당 부분이 이미 공적 목적으로 쓰이는 업무추진비 성격이 많아 폐지할 수 없다”며 이런 개선책을 내놨다. 개선책으로 제시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 제출은 특활비 취지에 맞지 않는다. 특활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을 하는 데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경비’다. 기밀을 요하기 때문에 증빙서류가 필요 없는 예산이다. 그런데 이걸 증빙서류를 붙여 양성화하겠다는 건, 사실상 판공비로 전환해 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 여론은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각 당 원내대표에게 나눠먹기식으로 할당해온 특활비를 대표적인 ‘검은 예산’으로 지목해서 폐지를 요구해왔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하지만 두 거대 정당은 미봉책을 내놓았을 뿐이다. 한마디로 특활비를 개선하는 선에서 존치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국회사무처가 2016년 하반기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키로 한 것은 특활비 제도개선을 바라는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 하겠다.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쓰임새는 다르다고는 하지만, 지방의회에서 의원 재량사업비는 국회의원들의 특활비와 흡사한 측면이 있다. 의원 재량사업비 역시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대 전북도의회에서 문제가 돼 폐지하기로 했던 지방의원 재량사업비가 11대 도의회 들어 다시 도입이 논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재량사업비와 관련해전북지역에서는 전현직 지방의원 7명 등 21명이 기소될 만큼 의원 재량사업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예산이다.
재량사업비는 그동안 지방의회 의원들의 쌈짓돈이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재량사업비 예산편성 권한은 전북도 집행부에 있다. 집행부의 수장인 도지사는 재량사업비를 부활하려는 11대 전북도의회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거부해야 마땅하다.
현재 나라 경제와 서민들 살림살이는 말이 아니다. 국민을, 주민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언감생심 서민들의 어려운 가계살림을 헤아리지는 못할망정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을 자신들의 쌈짓돈으로 주물러서야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