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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페어플레이' 정신이란

‘페어플레이’는 16세기 영국 상류 계급 사이에서 유행되던 사교로서의 ‘스포츠 매너’에서 유래된 것이다. “페어플레이가 없는 스포츠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페어플레이는 게임의 규칙을 준수하고, 주심의 결정에 복종하며, 상대방과 관중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는 깨끗한 경기 매너를 가리킨다.





스포츠에서 못지않게 페어플레이 정신이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정치다. 그렇다면 정치인에게 페어플레이 정신이란 무엇인가.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은 지난 2000년 제43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대권에 도전했다. 하지만 고어는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간발의 차로 패배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고어는 총 투표수에서 부시보다 54만3895표를 더 얻었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뒤졌다. 그는 선거인단 5명 차로 부시에게 패하는 상황이 되자 재검표를 요구했다.





고어는 선거인단의 향배를 좌우하는 플로리다 주의 수작업 재검표를 놓고 부시와 미국 대선 사상 초유의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결국 부시의 공화당이 장악한 연방대법원은 5 대 4로 재검표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플로리다 주 대법원의 재검표 지지 결정을 뒤집었다.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고어는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개인 권력보다 대의를 위한 결정이었다.





고어는 이를 통해 ‘위대한 패배자’로 미국 역사에 기록됐다. 고어는 패배 연설에서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지만 미국인의 단합과 민주주의 역량 강화를 위해 이를 수용한다”고 말했다. 당시 앨 고어의 억울함은 어찌말로 표현할 수 있었겠냐 만은 그는 묵묵히 보통사람으로 돌아가 후일을 기약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세인들을 감동시켰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선 7기 지방자치 출범이 40여일 가량 흐른 요즘 고창군이 선거 후폭풍으로 뒤숭숭한 모양이다. 재선에 실패한 박우정 전 군수 측에서 유기상 현 군수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데 이어 국내 유수의 대형 로펌(법률)에 거액을 지불하고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고창군수 선거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비유될 만큼 박 전 군수의 일방적 승리가 예상됐으나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다. 다윗에게 패한 골리앗의 상심이 너무 크고, 아직도 패배를 인정치 못하겠다는 심리가 지나치게 과하게 작용하고 있는 탓일까. 그 뼈저린 심경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지난날 선거 결과를 두고 패배에 불복하려는 작금의 모습은 선수서의 자세는 아니고, 분명 페어플레이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 같다.





박 전 군수 재임 시절 고창군은 2018년 국가예산 역대 최다 액인 1328억원을 확보하고 군 예산 6천억 시대를 여는 등 그는 ‘일하는 경제 군수’로 평가 받았다. 종합청렴도에서도 전국 82개 군 단위 기초단체 중 4위, 전북에서는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청렴한 군정 운영을 높게 평가 받았다. 그런 남다른 업적을 쌓아올렸던 박 전 군수였기에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그의 지난날 훌륭한 공적이 폄하되고 헛되이 묻혀버리지나 않을까 우려감이 앞선다.





제 아무리 천하무적의 골리앗이라 해도 순간 방심이나 자만심이 앞서다 보면 언제든 다윗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자중자애 하는 성숙한 정치인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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