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민연금 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지난 17일 공개됐다. 제시된 개편안은 소득대체율을 올해와 같은 45%로 유지하는 대신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내년에 11%, 2034년에 12.3%로 올리는 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되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5%까지 올리고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67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 두 가지다. 두 가지 안 모두 가입자들로부터 돈을 더 많이, 더 오래 걷고, 늦게 주는 방식이라는 결론은 똑같다.
국민연금 개편안이 발표되자 국민적 반감이 극한점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모아둔 자금을 탕진하고 급기야는 남은 자금마저 멀지 않은 시기에 바닥이 날 것이라는 소식에 국민연금 무용론까지 등장할 정도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과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해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의견 수렴과정부터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국민연금과 관련된 청원만 7000여건, 개편안 반대 의견부터 폐지 주장까지 폭주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편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제기되는 게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과의 형평성 문제다. 이들 연금에 대해서는 국가가 연간 조 단위의 손실을 보전하면서 국민연금은 오로지 국민의 지갑만 더 열게 하니 납득할 리 없다.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은 그대로 둔 채 국민연금만 손대려 하자 국민들의 불만이 더욱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달리 이들 연금은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주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지난해 국가 부채 1555조원 중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가 전체의 55%인 845조원에 이를 정도다. 한국납세자연맹 추계에 따르면 사립 교원은 퇴직 후 월평균 310만원, 군인은 298만원, 공무원은 269만원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월평균 수령액이 38만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용돈도 안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폐지 청원 글을 보면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넘쳐나는 공무원님들 죽을 때까지 주는, 말도 안 되는 공무원연금 주려고 대한민국 국민들 숨통을 조이는 겁니까?”, “군인·공무원·교원연금 수급자들 혈세로 돈 잔치하며 사는데, 이런 문제점을 개선치 않고 국민연금 얘기하면 돌 맞는다~”, “60세 이상 다닐 수 있는 직장은 공무원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연금은 결국 공무원을 위한 거고, 서민은 세금 내고 연금 내다 죽는 겁니다...”, “회사를 65세까지 다니는 게 선행돼야 하는데 요즘 임원 아니면 55세쯤 나와야 합니다. 5년도 아니고 10년을 어찌 버티나요? 그 이후부터는 알바로 겨우 살아야 하는데...공무원·군인 연금과 통합하고 나서 얘기 하세요” 등등.
공무원·군인·교원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땜질처방만으로는 대국민 설득이 안 된다. “국민연금 가입자만 봉이냐?”는 형평의 문제를 손대지 않고는 어떤 개편안도 성과 내기가 어렵다. 공무원·군인·교원 연금의 개혁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