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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쌈짓돈' 재량사업비는 '적폐'다

지방의원들의 재량사업비에 대한 집착이 참으로 대단하다. 의원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방의원 재량사업비는 자치단체에서 지방의원 몫으로 일정 금액을 일괄 편성하고 지방의원이 주민숙원사업 해결 등의 용도로 쓰는 예산이다. 그래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로도 불린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자치단체를 거치기는 하지만 사실상 의원들이 지역구나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쌈짓돈처럼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선심성 예산’이다. 전북도의회의 경우 1인당 연간 평균 5억5000만원을 편성해왔고, 시·군의원은 평균 1억원 안팎 수준이었다.





의원 재량사업비는 예산편성 항목에도 없음에도 단체장이 임의로 편성해 왔다.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후 지속적으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이름을 바꿔가며 유지돼 왔다. 지방의원 재량사업비야 말로 ‘지방적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의원은 리베이트를 많이 챙기기 위해 가족 명의의 위장 회사를 설립해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각종 숙원사업을 해결해 준다는 명목으로 브로커와 결탁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전현직 전북도의원 4명과 전주시의원 2명, 브로커 등 총 21명이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비리에 연루돼 무더기로 적발돼 큰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이처럼 재량사업비 비리가 확산하자 전북도의회는 폐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그러나 한동안 잠잠한 듯 했던 재량사업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전북도의회를 비롯해 전주시의회, 정읍시의회 등 일부 기초의회가 주민숙원사업의 해결 등을 이유로 이름을 바꿔 재도입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재차 전면 폐지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세다. 공무원 단체까지 반발에 가세하고 있다.





전북도 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재량사업비 폐지를 공언했던 전북도의회 등 일부 지방의회가 도민과 약속을 저버리고 부활을 시도하려는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재량사업비 부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방의회는 적폐의 대상인 재량사업비를 전면 폐지하고 주민참여 예산제 등 행정절차에 근거한 제도를 활성화해 투명성을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지방의원 재량사업비가 얼마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지 이 바닥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주민참여예산 성격의 재량사업비는 골목길 정비나 마을 운동기구 설치 등 다양해진 주민의 요구를 충족하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세금에서 나오는 예산이 의원들의 생색내기나 리베이트 창구가 되는 역기능이 크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아왔다. 해당 의원의 ‘꼬리표’가 붙은 이 쌈짓돈은 부정비리를 불러오고, 의원 임의대로 펑펑 쓰일 개연성 또한 높다.





모든 공적 예산은 정당하고 투명한 검증 절차를 거쳐 집행돼야 마땅함에도 유독 의원 재량사업비만 검증 절차 없이 집행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자신들의 예산은 심사·검증의 사각지대에 두고 자치단체 살림살이를 감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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