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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선거, 직선제 망령 되살아 나는가

전북대학교 총장 선거가 투표 반영 비율을 놓고 교수회 측과 직원·학생 등 비교원 측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는 학생과 직원 등으로 구성된 전북대총장선거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총장 선거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공대위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총장 선거와 관련된 모든 회의와 단체활동을 중단하고,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공대위는 “총장 선거에서 비교원에게 주어진 투표 비율은 17.83%에 불과하다”며 “총장 선거가 일부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가 이처럼 총장 선거 보이콧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지난 23일 교수회와의 만남에서 제안한 비교원 투표 반영 비율 절충안이 교수회 평의원회에서 부결된데 이어 지난 28일 교수회가 시행 세칙을 정해 규정 심의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 한 것에 대한 최후의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11일로 정해진 전북대 총장 선거가 교수회 단독으로 강행될 경우 반쪽짜리 총장 선거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생겼다.





그간 직·간선제를 둘러싼 대학총장 선출방식은 해묵은 논란 거리였다. 직선제는 대학민주화의 상징으로 비쳐지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측면이 있는 반면 선거 과열, 파벌 조성 및 논공행상, 선심성 공약 남발, 대학 방만 경영 등의 폐해가 적지 않았다.





급기야는 이명박 정부가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내세워 총장 직선제를 강제 폐지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국립대 총장 임명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대학 자율성 침해 비판을 자초했다. 심지어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 국립대에 대해서는 매년 수십억 원에 이르는 정부 지원금을 끊겠다는 압박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총장 직선제를 지키기 위해 부산대 교수가 목숨을 끊는 불상사까지 발생하는 등 대학 총장 선출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는 요구가 못물을 이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가 지난해 8월 총장임용제청권을 행사할 때 대학자율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각 대학마다 총장 직선제 논의가 활발하다. 정부가 국립대 총장 간접선거제를 통해 대학을 쥐락펴락해오던 방식에서 탈피해 직선제를 부활시킨 데 따른 것이다. 공은 대학으로 넘어왔다. 문제는 운용의 묘를 어떻게 살릴 것이냐는 것이다.





이번 전북대 총장 선거는 힘겨운 투쟁 끝에 얻어낸 이후의 직선제 첫 총장 선거다. 사실 앞서 언급했듯 학원자율화와 민주화의 성과로 지난 1988년부터 시작된 총장 직선제가 여러 부작용을 빚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학내 파벌 조성과 논공행상 식 보직 인사, 금품 수수 등의 폐해가 대학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비난도 많았다. 최근 전북대 총장 선거를 둘러싸고 교수 측과 공대위 간 벌어지고 있는 대립과 반목을 보면 과거 직선제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는 ‘선거 적폐’가 최고의 지성이라는 상아탑에서까지 재연된다면 정말이지 지겹고 신물이 날 일이다. 흔히 선거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들 하고 있는데, 대학에서 벌어지는 축제마저 지겹고 신물이 나서야 어디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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