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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전액관리제 도입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전주시 한 택시노동자가 전주시청 앞 광장 25m 높이 조명탑에 설치한 한 평 남짓의 고공 농성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4일 새벽부터다. 그의 요구는 택시 업체들의 오랜 관행인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전액관리제(월급제)를 실시하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소속 택시노조도 사납금제 폐지를 요구하며 지난달 31일부터 전주시청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사납금제 폐지 전까지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무기한 농성을 예고했다.





택시운송업체와 택시노동자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사납금제 존폐 문제는 해묵을 대로 해묵은 사안이다. 사납금제도란 택시 노동자가 정해진 금액을 택시 법인에 내고 나머지 운행 수익을 본인이 가지는 방식이다. 지역이나 회사마다 다르지만 금액은 대략 하루 20만원 안팎이다.





사납금을 먼저 채워야 택시 노동자는 본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하루 10시간 이상, 많게는 16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근무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납금제는 ‘남는 건 다 주마’라는 호의처럼 들리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예를 들면, 계약상 기본급은 4시간 30분 근로를 기준으로 정해놓고, 10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사납금을 요구하는 식이다. 5시간 30분은 회사를 위한 무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셈이다. 못 채우면 기본급에서 공제까지 한다. 이 돈을 채워 넣어야 겨우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다 받는다. 여기에 몇 십 만원 생활비라도 더 벌기 위해 장시간 근무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곡예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법인택시의 장시간 노동, 저임금, 사업용 차량 교통사고 발생 비율 만년 1위 불명예, 불친절의 주범인 셈이다. 전주시의 법인택시 교통사고율은 현재 개인택시에 비해 4배 이상 많다. 사업용 차량 교통사고 발생 비율 중에서도 법인택시 비중이 가장 높다.





사납금제 폐지를 위해 1997년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택시회사는 전액 관리제를 시행해야 한다. 운송수입금을 회사가 모두 받아 관리하고, 기사에겐 제대로 된 월급을 지급하라는 취지다.





국토교통부 훈령을 통해서는 사납금을 받거나, 제반 경비를 기사에게 떠넘기는 행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사업주의 거센 반발과 법률 미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택시업체를 실제 관리 감독하는 지자체들도 사업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도입을 미적대고 있다. 국토부 훈령이 단순 내부 사무처리지침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대법원이 지난 2007년 3월 “여객자동차법이 수입금 배분에 관해 따로 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수입금 배분이나 근로조건은 노사 간의 자율적 협의로 결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거의 사문화됐다.





택시노동자들은 지금이라도 과거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사납금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법인택시가 사업용 차량 교통사고율 1위의 불명예를 단 한 차례도 뺏기지 않고 늘 불친절, 난폭운전, 승차거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 둬서는 안 될 일이다. 국회 또한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 와전한 제도정착이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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