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뜨는 상권’마다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이 뜨겁다. 논란을 넘어 이제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옛 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오르면서 원주민과 초기 임차인들이 오히려 밀려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부정적 의미로 통용된다.
중국 요우커 등 관광객까지 몰리면서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마찰이 확산되고 있다. 전주시도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예외가 아니다. 상권이 형성되면서 건물주는 임대료를 턱없이 올리고,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며 그 자리를 차지한다. 소위 ‘뜨는 동네’의 역설이다.
젠트리케이션의 부작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쇠락한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예술가와 상인들이 밀려나고 정작 그 혜택을 건물주가 독식하면서 사람 냄새 대신 누가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느냐는 ‘머니 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
제품가격이든 임대료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막기보다 권장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상권 형성에 기여한 원주민과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고 그 성과를 외지 건물주들만 독식하는 것까지 시장원리로 인정하기는 힘들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대책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각 자치단체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역부족이다. 유기체와 같은 도시의 변화를 무작정 지엽적인 규제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전주시의 경우 지난해 4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하고, 실질적인 보호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예방을 위한 조례가 제정된 기초자치단체는 서울 성동구·중구 등에 이어 지방에서는 전주시가 처음이었다. 조례 제정은 전주에서 벌어지는 활발한 도시재생사업으로 발생 가능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겠다는 전주시의 의지가 담겨 있다. 전주시는 임대인이 5년 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않으면 상가건물의 시설 내·외부 수선 경비를 예산범위에서 일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전주시는 또 지난 4일 전주역 앞 첫마중길 대로변 8개 건물의 건물주와 임차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건물주·임차인·전주시 3자간 상생협약식’을 가졌다. 첫마중길은 정부가 최근 도시재생 뉴딜사업 중 중심시가지형 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곳이다. 이곳에는 내년부터 2023년까지 국비 150억원 등 총 250억원이 투입돼 관광·음식특화 거점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시는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낡은 숙박시설과 위락시설이 대부분인 이 일대 상권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에는 당연히 빛과 그림자가 있다. 그렇다고 일률적인 규제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따지고 보면 도시는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쳐 확장되고 재탄생해 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주와 상인들이 한발씩 양보하며 상권을 살리려는 공동 노력이다. 규제보다는 상생의식만이 서로 살 길이고 도시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