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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황폐화 시킨다"는 황당무계 한 논리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정부가 2004년 1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특별법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혁신 및 특성에 맞는 발전을 통해 자립형 지방화를 촉진함으로써 전국이 개성 있게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까지 총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수도권 공공기관 단계적 이전 계획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가 계획을 세우지 않아 중단됐다.





우리나라 인구 5142만명 중 2551만명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국민 2명 중 1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은 폭발 일보 직전인 반면 지방은 빈사지경이다. 이해찬 대표도 공공기관 이전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은 과밀화의 고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지방은 소멸론의 위기감 속에 정체돼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 이전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숱한 저항과 반론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서의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흑이 백이 되고, 백이 흑이 되는 게 정치권의 생리인지라 당연한 일일 게다. 그러나 제 아무리 이해에 따라 춤을 추는 정치인이라 할지언정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서울을 황폐화 시키겠다는 의도”라며 “무조건 수도권에 집중된 부분을 분산시키는 게 최선의 방안인 것처럼 말하는 여당 대표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마따나 “서울에 있어야 할 부분이 있고, 지방에서 육성 발전시켜야 할 산업과 정책이 있다”는 하나마나 한 소리를 누가 모르겠느냐마는 “서울을 황폐화 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그의 발언은 참으로 듣기 민망하기 짝이 없고 무지의 극치를 이루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지방은 현재 황폐화되다 못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역이 천지에 널려 있는 판인데, ‘서울 황폐화’라니 지나가던 견공이 웃을 노릇이다. 혹자들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직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고 호들갑들을 떨고 있지만 이 또한 이기주의의 극치를 이루는 발상이다.





황폐한 지방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 정든 고향을 등지고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채 수도권으로 떠나야만 하는 지방민들의 애환을 한번이라도 헤아려 보았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비록 정치적 셈법이 가미됐다 하더라도,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은 한 나라가 균형 있게 발전하고, 같은 나라에서 사는 국민들이 고루 잘 살아보자는 데 본 뜻이 담겨 있다.





지방이 무너지면 결국은 수도권도 무너지게 마련이다. 하체가 망가졌는데 상체가 온전할 리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체중이 지나치게 과하면 적당히 다이어트를 해 주는 게 건강에도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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