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기금운용본부 흔들기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따로 없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손실을 끼친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연금 개선, 국민의 의견을 듣습니다’ 국민 토론회에 참석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은 국민연금 입장에서 트라우마다. 국민에게 불신을 초래했고, 불신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불신을 초래한 사태에 대해서 반성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을 것임을 알면서도 합병에 찬성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 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특히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이사장이 이를 사과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직접 지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과정에서 합병 반대를 피력한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을 몰아내고, 합병에 도움을 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퇴 후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재벌의 사익을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한 이 행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파렴치한 행위가 밥 먹듯 비일비재하니 더 말해서 뭣하겠느냐마는, 여하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의 시녀 노릇을 하며 보여준 행태는 전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당시 여당도 온통 삼성 편들기에 나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무리하게 추진됐음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당시 삼성은 초유의 TV 광고까지 동원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 했다. TV광고를 통해 ‘국민기업인 삼성을 지키자’라는 식으로 호소했다. 삼성물산의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앨리엇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내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합병이 정당했다면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그런 ‘애국 광고’를 했을 리 만무하다.





여기서는 국민연금공단과 삼성의 지난날 과오를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요즘 일부 중앙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흔들기 작태를 보자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을 들러리로 내세워 삼성물산과 제일합병 간 초법적인 합병이 이뤄지고 있을 때 그 부당함과 위법성에 대해 비판의 날을 새운 대한민국 언론이 몇 개나 되었던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아마 눈 씻고나 보아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부 중앙 보수 언론들은 오히려 합병의 당위성과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음을 기억한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정치 세력들도 그들과 동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삼성의 친위대 역할을 자처하며 주주들을 우롱했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전주에 있는 기금운용본부를 내 놓으라고 야단법석을 떨며 전북인들을 능멸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양심도, 운리도 없다. 이런 걸 일컬어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 하던가. ‘인간의 탈을 쓰고 있으나 짐승과 같다’ 는 것과 뭣이 다르랴.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