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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정권 폭탄 돌리기 안 된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18일 창립 31주년을 맞아 국민연금 개선 등과 관련해 전국 16개 지역별로 토론회 형식으로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정부의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에 생생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공단 창립 이래 처음으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열린 토론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정부는 5년 마다 실시되는 재정추계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종합발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의 영향으로 기금 소진이 당초 예상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으로 발표된 바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개편은 없다고 말하면서 각 지역별로 국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7일 국민연금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나자 국민적 반감이 극도로 고조됐다.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8~4%포인트 더 올리고 연금 수급 나이를 65세에서 68세로 늦추는 것 등이다. 의무가입 기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내용도 들어 있다. 혜택은 줄고 부담은 늘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개편안이 발표되자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연금만 내다가 죽으라는 소리냐”, “이럴 바엔 차라리 폐지하라”는 등의 비판의 글이 쇄도했다.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모아둔 자금을 탕진하고 급기야는 남은 자금마저 멀지 않은 시기에 바닥이 날 것이라는 소식에 국민연금 무용론까지 나오기도 했다. 제도가 워낙 복잡한데다 세대 간, 계층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개편 방향을 두고 논란은 지속될 게 뻔하다.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국민연금 개선, 국민의 의견을 듣습니다’ 토론회에서도 참가자 및 방청객들은 현행 국민연금 제도 운영 등과 관련해 각종 불만과 여러 제안들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갈수록 심화되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국민연금 개편은 피할 수 없다. 지금처럼 ‘덜 내고, 더 받는’ 연금 구조를 ‘적정 부담, 적정 급여’로 전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걸 뻔히 알면서도 국민적 반발이 두려워 그동안 정부도, 국회도 땜질식 처방만을 반복해 왔다.





문제는 노후소득 강화와 재정안정이라는, 상호 역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딜레마다. 재정안정과 노후소득 강화를 동시에 꾀하려면 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오롯이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역대 정부는 정치적 인화성이 워낙 큰 사안이다 보니 땜질 처방으로 급급했다. 현 정부의 입장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미봉책에 그친다면 국민연금 개혁은 요원해진다. 저출산, 고령화로 고갈이 앞당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특정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방치하면 다음 정권에 폭탄 돌리기가 된다. 이번만큼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부담과 노후보장의 범위 등을 구체화하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반드시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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