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의회 의원들이 지난 22일 국회를 찾아 지방분권과 지방의회의 독립성 및 전문성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방자치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를 즉각 재개하라는 것이다. 시·도의원들은 “지방자치 부활 27년, 청년기를 맞았으나 여전히 유아기 옷을 입고 있는 말뿐인 지방자치”라며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과도한 권력과 권한이 집중돼 있어 국민 생활의 크고 작은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제 지방분권과 실질적 지방자치의 실현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 국민주권의 강화를 통한 민주주의의 완성을 앞당길 수 있음은 물론이고 효율적인 지역 발전으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히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한이양이 아닌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간 권력의 균형 유지를 통해 지방의회가 자치단체장과 집행부를 적절히 견제하고 감독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분권 개헌 문제는 그간 수없이 제기된 바 있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시·도의원들이 이런 요구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과 같은 지방자치 형태·기능으론 더 이상 우리사회의 다양성에 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앙 정부의 지침을 기다릴 만큼 지방 사정이 느슨하지 않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7년이 되었지만 지역균형발전은 공수표였다. 되레 수도권에 사람과 돈이 몰려들어 불균형이 심화됐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재원의 60%가 집중된 수도권이 블랙홀이 되고 있다.
지방분권개헌은 말 그대로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력을 지방에 나누는 것이다. 중앙이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권력을 지방이 나눠 갖게 되면 자방정부들은 중앙의 일괄 통제에서 벗어나 지방정부끼리 경쟁할 수 있게 된다. 지역 주민과 지방정부가 지역 발전의 주역이 돼 발전 전략을 짤 수 있게 된다.
중앙집권 형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능력이 떨어지거나 개발도상국들의 경우처럼 국력을 한 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때는 효율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지방정부의 능력과 주민들의 의식이 중앙정부를 앞서 가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요구사항이 워낙 다양해 정부가 이를 모두 만족하게 처리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중앙부처는 이전의 군림하던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지방 주민들의 편익이나 의견을 무시한 채 중앙부처가 곳곳에서 ‘마이 웨이’ 식 행정을 펼치기 예사다.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해 개헌할 기회를 지금처럼 차일피일 미룬다면 이는 심각한 직무유기다. 여야 모두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고 개헌에 대한 정략적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 당리당략 대신 국민을 중심에 둬야 한다. 여야는 지금부터라도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헌 논의에 나서야 한다. 자치와 분권이야말로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