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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세' 도입 위기의 농촌 돌파구가 되려나

‘고향사랑기부제도(고향세)’가 2020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 자치단체들마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행안위는 다음 달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고향세 법안을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려면 이번 회기에 심사를 마무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향세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에 포함됐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고향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법안 심사가 늦어지면서 2020년으로 미뤄졌다.





고향세 제도는 재정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지자체에 도시민이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세금을 환급 받는 제도다. 일본이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후루사토(고향) 납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은 도시민이 특정 지방자치단체를 정해 기부하면 소득세나 주민세에서 일정 부분을 공제해 준다. 지자체는 기부자에게 지역 농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해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일본은 도입 초기에는 납부액이 적었으나 2014년부터 급속히 증가했다. 2017년 고향세 총액은 3653억엔(약 3조7000억원)으로 2016년보다 28.5%나 늘었다. 고향세 납부에 참여한 사람은 1730만1584명에 달했다.





일본 고향세 성공의 밑바탕에는 세액공제, 답례품 증정,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홍보, 수납환경 개선 등이 맞물려 있다. 이처럼 고향세가 정착함에 따라 다양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 성공한 제도로 평가받는 고향세를 정부와 정치권이 도입에 적극 나선 것은 지자체의 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243곳의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50%에 못 미치는 곳이 전체의 88.4%에 달할 정도로 재정 불균형이 심각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향후 30년 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3분의 1이 넘는 84곳, 1383개 읍·면·동이 ‘인구 소멸지역’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마저 내놓았다. 좋은 일자리와 교육환경 등을 찾아 도시로 이주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면적의 90%를 차지하는 농어촌 지역에 인구의 19%만이 거주하고 있다. 지역을 위기로 몰아가는 핵심요인이다.





고향세 도입이 힘을 얻고 있지만 입법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타 지역 출신 인구 비중이 높은 수도권 지자체들이 세수감소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다. 또 지자체 간 과열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사전에 기부주체, 대상 지자체 범위, 사용처 등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답례품 제공을 두고 과당 경쟁이 벌어지면 자칫 본래 취지가 퇴색할 수도 있어 사전에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





지방재정 확충은 진정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근본처방은 아니지만 고향세는 저출산·고령화로 소멸위기에 직면한 농촌 지자체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농어촌을 살리고, 애향운동도 할 수 있는 고향세를 도입하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을 강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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