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도덕적 해이의 극치 사립유치원들의 민낯

지난 25일 학부모들의 눈은 온통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쏠렸다. 전국 시·도 교육청은 이날 감사결과 지적을 받은 비리 공·사립유치원 이름을 실명으로 밝히고 처분내용 등을 담은 자료를 홈페이지에 일제히 올렸다. 이번에 실명으로 공개된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면 상상하기도 힘든 각종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유치원은 유치원 운영비에서 원장과 원장 남편의 개인 출퇴근 차량 보험료, 자동차세, 주유비, 수리비 등 645만6770원을 집행했다가 적발됐다. 원장의 입원치료비 860만원을 유치원 행정 직원에게 지시해 ‘직원 병원비’ 명목으로 부당하게 공금을 지출한 곳도 있었다. 설립자가 개원 당시 유치원 물품구매, 공사비 등 운영비 차입금 반환 명목으로 2009~2011년 6차례에 걸쳐 유치원 교육비 계좌에서 본인 계좌로 5100만원을 이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전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전북도교육청이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감사 결과는 공립 22곳, 사립 37곳 등 총 59곳의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 치로 총 239건이 적발됐다. A유치워은 2015년부터 작년까지 사립유치원 총연합회비와 도연합회비 299만원을 유치원 회계 계좌에서 빼 납부했다. B유치원은 이 기간 동안 267만원을 같은 방식으로 쓰는 등 상당수 사립유치원이 공금으로 회비를 내다 적발됐다. C유치원은 2016년부터 인가받지 않은 임야를 체험학습장으로 쓰면서 1천280만원을 이용료로 지급했다. D유치원은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6천236만원에 통학버스를 구입했다. E유치원은 원장과 교직원들이 입을 방한복 255만원어치를 샀다가 전액 회수 조처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17개 시·도교육청의 2013~2017년 감사 결과를 보면 전국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비리 5951건이 적발됐다. 부정하게 유용된 금액도 269억원에 달한다. 전체 사립유치원의 33% 정도를 감사해 밝혀낸 것이 이 정도라니 실제 비리는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부 지원금을 쌈짓돈 쓰듯 해온 사립유치원 원장 등 관계자들의 행태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이런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은 사립유치원의 불투명한 회계시스템과 이를 방치한 정부 탓이 크다. 당국의 감시망과 처벌이 그만큼 허술하다는 얘기다. 국공립 유치원에는 회계 장부를 교육부가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사립유치원은 빠져 있다.





그간 사립유치원은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다. 3~5세 무상보육 누리과정에 연간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는데 감사는 한 차례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역사회 입김이 센 유치원장들의 집단 저항을 의식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교육감을 비롯해 국회의원과 구청장 등이 선출직이라 그런 경향이 더할 수 있다.





유치원 회계비리가 툭하면 터지는 일차적 책임은 물론 운영자에게 있다. 하지만 이를 사실상 방치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은 물론 비리를 묵인해온 교육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문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