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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기업·출연기관장 인사청문회 늦출 이유 없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장·임원의 낙하산 인사는 해묵은 고질이다. 선거캠프 인사나 퇴직 공무원을 배려하기 위해 전리품 챙기듯 산하기관을 유린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채용 때의 불공정 경쟁, 낙하산 기관장과 노조의 불협화음 등 여러 폐해도 다반사로 불거졌다. 정권이나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질타가 있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장에 대한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도입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단체장이 산하 기관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부적합한 인사나 정실·보은 인사, 퇴직 관료 위주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행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청문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방공기업법은 임원의 임면과 관련 ‘사장과 감사는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공기업의 경영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이 있는 사람 중에 자자체 장이 임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명과 면직을 지자체장에 온전히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장들이 마음만 먹으면 측근들을 지방공기업에 배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전국 시·도의회는 오래 전부터 지방공기업 및 출연기관 대표 인사청문회 도입을 줄기차게 시도해 왔으나 관련 법 규정에 묶여 묵살됐다.





전북도의회의 경우 지난 2014년 조례 제정을 통해 도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려 했으나 역시 전북도가 무효 소송을 내 무산됐다.





전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국회 김광수·박찬대·전현희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법제화 필요성과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지방자치단체 출연 공기업이나 기관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과 이를 뒷받침할 국회의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김광수 의원은 “지방공기업 및 출연기관의 장을 선임함에 있어 능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절차가 없는 실정”이라며 “공기업·출연기관장에 단체장 측근이나 선거 공신들이 선임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지방의회가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서울시의원도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 법률안의 조속한 통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공기업은 자산 규모가 크게는 수조원에 달해 시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공기업의 수장을 뽑는데 자질 검증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전북도의 사례에서 보듯 상위법인 지방공기업법을 개정해야하는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권한 축소를 우려한 단체장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임면권을 틀어쥐고 있는 집행부로서는 자기 밥그릇에 의회가 손을 대는 걸 달가워하지 않을 게 뻔하다.





그러나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선별해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공기업 낙하산 인사 잡음 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데 거부할 이유가 없다.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집행부와 의회 간 협약 등을 통해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 인사권을 쥔 단체장의 결단에 달렸다. 도입을 무작정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계속 늦출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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