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지방의원 겸직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시민연대는 전북도의회 및 14개 시·군 지방의회에 의원 겸직 현황 및 겸직신고 내용을 전수 조사해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지방의원 상당수가 당선 뒤에도 겸직을 포기하지 않은 채 영리를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등 의원 본분을 훼손하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오평근 전북도의원이 9년간 전주의 한 어린이집 이사장직을 겸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큰 물의를 빚었다. 오 의원은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제9대 전주시의원에 당선된 이후 재선을 거쳐 올해 6·13 지방선거를 통해 도의회에 입성했다. 오 의원이 운영 중인 어린이집은 만2세 미만 영아 전담 보육기관으로 지난해 국비와 지방비 등 1억8000만원을 보조받는 등 매년 1억5000만원 안팎을 지원받아 왔다. 겸직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오 의원은 “지방의원의 겸직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얼토당토 않는 변명과 함께 어린이집 대표직 사임과 폐쇄에 대한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의 지방의원들은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했을 당시 무급의 명예직이었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이 생계 걱정 없이 공공복리에 힘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2006년부터 유급제가 도입됐다. 현재 시·도마다 차이는 있지만 광역의원의 의정비는 연 평균 5743만 원, 기초의원 등 3858만 원 수준에 이른다. 전북지역의 경우 올해 기준 광역의원의 의정비는 5,311만원, 기초의원은 14개 지방의회 평균 3,450만원에 달한다.
지방의원의 겸직 허용은 지방자치 초기 지방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이었을 때의 산물이다. 공직자의 겸직금지제도는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의정활동에서 사익을 추구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패를 방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상당수 지방의원들은 여전히 자신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겸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영리를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방의원은 당해 지자체 및 공공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거래할 수 없고, 이와 관련한 시설이나 재산의 양수인이나 관리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대리인을 내세워 수의계약하는 등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사욕을 채우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비리를 막기 위해 겸직신고제도를 둔 것인데 신고하지 않아도 마땅한 처벌이나 제재수단이 없다보니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도내 지방의회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겸직 현황을 공개한 곳은 도의회와 임실군·순창군 의회 등 3곳에 불과했으며 이마저 부실했다고 제도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의 취지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당장은 전국의 모든 지방의회가 자기 직업과 관련된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지방의회마다 이를 제도화해 조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겸직 금지 방안에 대한 논의를 보다 구체화 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