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마을은 전체 45가구, 8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인적이 드문 곳이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이후 마을 주민들이 암으로 숨지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은 극심한 공포에 휘말렸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70대 노 부부가 똑같이 암으로 같은 날 세상을 떠난 일도 있었다. 2010년에는 암투병 환자 여러 명이 한꺼번에 세상을 떠났다. 현재까지 마을주민 80여명 가운데 30명이 암에 걸려 이중 16명이 사망했고 14명이 투병중이다. 이런 공포가 따로 있을까.
2015년 보건복지부 암 발병률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10만 명당 445명에서 암이 발생해 평균 발병률은 0.45%이지만 장점마을 암 발병률은 25%로 전국 평균의 무려 50배가 넘는다.
주민들은 그동안 암 발병 원인 규명을 위해 백방으로 나섰다. 주민들은 암 발병 주범으로 인근 유기질 비료공장을 꼽았다. 지난 2001년부터 운영된 비료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의심했다.
10여 년 동안의 지루한 투쟁 끝에서야 비로소 지난해 환경부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연구팀의 일방적인 조사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비밀리에 조사하고 비공개로 발표하는 환경부 역학조사를 주민들은 전혀 신뢰할 수 없었다. 정부 당국의 생색내기 식 조사라는 불만도 많았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최근 정부의 역학조사 중 불법 폐기물 저장시설이 발견돼 충격에 빠졌다. 주민들은 암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해당 비료공장 내에서 발견된 만큼 즉각적인 전주조사와 사법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마을 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정부의 토양오염도 조사 시추 과정 중 비료공장 내 식당에서 4.5m 깊이의 지하 폐기물 저장 시설이 발견됐다”며 “확인된 내용물은 대부분 슬러지 건더기로 양만해도 372t 정도가 매설돼 있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비료공장 쪽에서 지하에 폐기물 저장탱크를 만들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탱크 위쪽에 콘크리트로 건물을 짓고 식당으로 활용했다”며 “공장 부지 굴뚝 앞마당에 대한 조사에서도 4m 깊이의 폐기물 층이 나왔다”고 전수조사를 강력히 요구했다.
대책위 주장대로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는 실로 충격적인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마을 주민들이 집단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비료공장에 대한 직접조사를 수차례에 걸쳐 요구했는데도 묵살됐다. 주민 의견과 달리 인접지 조사와 대조군 조사만을 실시해 부실한 중간 결과만 내놓았다. 조사가 그런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비료공장과의 연관성을 찾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한 마을 사람들이 집단으로 같은 증세로 잇달아 사망하고 투병으로 신음하고 있는데 당국의 대처 방식은 한심하다 못해 울분을 치밀게 한다. 대체 공장에 대한 직접 조사를 외면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사람의 목숨보다 중한 다른 이유가 있었단 말인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장점마을 사태가 꼭 그런 꼴이다. 당국의 조사 과정에 대한 문제도 이 참에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